“경제건설 박차”… 본격 제재완화 돌파구 찾기 나선 北

‘빛나는 조국’ 으로 대내 결속
中·러와 친서외교-잇단 면담

북한이 정권 수립 70주년인 9일 “노동당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관철하기 위한 경제건설 대진군을 다그쳐나가야 한다”면서 ‘경제건설 총력전’을 본격화하고 나섰다. 또 북한은 이날 대규모 열병식과 함께 2014년 이후 중단했던 집단체조 ‘아리랑’과 유사한 ‘빛나는 조국’ 공연도 개막하면서 대내 결속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시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9절을 계기로 방북한 리잔수(栗戰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등 주요국 외빈을 잇달아 접견,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완화와 교착 국면의 북핵 협상 돌파구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9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개최된 열병식과 ‘5월1일 경기장’에서 진행된 중앙보고대회 등 9·9절 관련 행사를 10일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행사에는 김 위원장이 모두 참석했지만, 김 위원장의 공개 연설은 없었다. 대신 상징적 국가수반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열병식과 중앙보고대회에서 “전 인민이 영원한 번영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자”면서 경제건설을 강조했다.

김 상임위원장은 “자력갱생의 혁명 정신으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목표 수행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을 힘있게 벌여 경제강국 건설과 인민생활향상에서 결정적 전환을 이룩하며 과학기술강국, 인재강국 건설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 등은 열병식 현장에서 ‘경제력 구축 기반을 앞에 두자’ 등의 팻말을 든 북한 시민들이 자주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건설’ 강조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대내 결속을 강조하는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이 2013년을 마지막으로 중단했던 집단체조 ‘아리랑’의 후신 격인 ‘빛나는 조국’ 공연을 이날 개막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9·9절을 계기로 ‘친서 외교’도 본격화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열병식을 중국 권력서열 3위인 리 상무위원장과 함께 관람한 데 이어, 리 상무위원장과 발렌티나 마트비옌코 러시아 상원의장 등을 잇달아 면담했다. 리 상무위원과 마트비옌코 상원의장은 각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특히 김 위원장은 열병식을 참관하면서 리 상무위원장의 손을 맞잡아 들어 올리는 장면도 연출, 북·중 친선관계를 과시하면서 미국에도 메시지를 던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매체들이 김 위원장이 2012년 권력을 잡은 이후 치러진 대규모 열병식을 한 차례 제외하고는 모두 생중계했지만, 이번은 생중계 없이 하루가 지난 뒤 관련 뉴스를 보도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트럼프 행정부를 자극하지는 않되 북·중 관계 과시를 통해 미국을 간접 압박한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다.

신보영 기자 boyoung2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