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또 뚫린 메르스 검역…철저한 先制대응으로 확산 막으라

치사율 20∼46%인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검역에 또 구멍이 뚫린 것으로 드러났다. 쿠웨이트에 출장 갔다가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지난 7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61세 남성이 8일 국가 지정 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병원에서 확진 판정을 받고 10일 현재 입원 치료 중이다. 해당 환자가 메르스 발상지와 멀지 않은 출장지 병원에서 지난 8월 28일 메르스 증상의 하나인 설사 반복에 따른 진료를 받았던 사실을 공항 검역관에게 신고했는데도 검역을 통과한 것은 시스템 허점과 인식의 안이함이 겹친 결과다.

질병관리본부는 쿠웨이트가 2016년 6월 이후엔 환자 발생이 없어 오염국으로 지정되지 않았고, 검역 당시는 체온이 정상이어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에 따른 매뉴얼대로 통과시켰다고 한다. 하지만 휠체어를 탄 채로 검역대를 지나갈 만큼 심상찮은 상태여서 그냥 보낼 일은 아니었다. 환자가 설사 치료를 위해 공항에서 택시로 삼성서울병원 직행을 선택하지 않았다면, 병원 측이 환자와의 전화를 통해 의심환자로 파악해 도착 즉시 음압격리실로 옮기며 질병관리본부에 신고하지 않았다면, 186명 감염에 38명이 사망한 2015년 메르스 사태의 악몽이 재연됐을 개연성이 컸다.

쿠웨이트를 오염국으로 9일 추가 지정한 질병관리본부가 “국민이 불편을 느끼더라도 앞으로 더 세세하게 확인하겠다”고 한 것은 당연하다. 이낙연 총리가 이날 관계 장관 긴급회의에서 ‘국민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라’면서 “2015년 경험에서 우리는 늑장 대응보다 조기 대응이 낫다는 교훈을 얻었다”고 지적한 취지대로, 전염병 확산 차단의 관건은 철저한 선제(先制) 대응이다. 일단 환자와 2m 이내에 있었던 밀접 접촉자 21명은 자택 등에 격리됐다. 항공기 동승자들을 포함한 일상 접촉자 440명은 공무원이 1 대 1로 배정돼 계속 모니터링한다고 한다. 추가 감염 위험을 완전히 벗어날 때까지 민관(民官) 모두 경각심을 추호도 늦춰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