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규모 돈세탁 사건 적발로 감독기관 권한 강화

EPPO, 2025년부터 회원국 상대 테러 자금조달 관련 조사 권한

유럽연합(EU)이 최근 자체 감독망에 걸리지 않은 돈세탁 사건이 잇따르자 국경을 넘나드는 검은돈의 흐름을 근절하기 위해 관련 감독기관의 권한 강화에 나섰다.

10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EU 은행감독기구인 유럽은행감독청(EBA)에 은행의 불법 금융활동을 조사할 수 있는 권한과 자원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또 EU는 최근 설립된 유럽검찰청(EPPO)에 오는 2025년부터 회원국 전체를 상대로 테러자금 조달 관련 조사를 벌일 수 있는 권한 부여를 추진 중이다. 현재 마무리 단계에 있는 이 두 방안은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의 오는 12일 연두교서 연설에서 일부 공개되고 내주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반(反) 돈세탁 활동을 강화하려는 EU의 움직임은 덴마크 최대 상업은행 단스케은행의 에스토니아 지점을 통해 한 해 동안 300억 달러(약 33조5000억 원) 규모의 러시아 및 옛 소련 자금이 유입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후 나온 것이다. 앞서 네덜란드 ING은행은 9월 초 자금세탁 방지 규칙을 이행하지 않은 책임을 지고 7억7500만 유로(1조95억 원)의 벌금을 납부하기도 했다.

국제 범죄조직들이 엄청난 양의 검은돈을 세탁하기 위해 유럽 은행시스템의 취약한 고리를 이용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라트비아 ABLV은행은 미국 정부로부터 북한 핵프로그램 자금 조달을 지원하는 등 ‘자금세탁을 제도화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은 뒤 올해 라트비아 금융당국에 의해 폐쇄되기도 했다. 잇따른 돈세탁 스캔들은 EU 집행위원회 내부에서 반 돈세탁 조치를 최우선 과제로 만들었고 회원국 감독기관에 대해 EU가 더 강한 장악력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유럽 주요 은행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의 감독을 받고 있지만 은행이 고객 신원과 신용을 확인 점검하고 EU 법규와 조치를 수행하도록 하는 책임은 여전히 회원국의 국가 감독기구에 있는 상태다.

EU의 한 관계자는 EBA 권한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대이란 제재를 빠져나가려는 몰타 필라투스은행의 불법행위 혐의에 대한 EBA 조사가 난항을 겪은 이후 일이었다고 전했다. EBA는 돈세탁에 대한 일부 관할권을 가지지만 자원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재 ECB는 돈세탁 문제를 전담할 새 기구 창설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EU 집행위원회는 현재로서는 새 기구 설립을 고려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EU가 별도 추진하는 EPPO 강화안은 2025년부터 EU 예산기금의 부정 사용에 대한 조사부터 테러자금 조달 혐의자들에 대한 기소에 이르기까지의 각국의 위임을 대폭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PPO 설립을 위해서는 EU 28개 회원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지금까지 22개국이 동의한 상태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