小극장 무대 찾은 ‘창작춤 거장’ 국수호… “관객과 靜中動의 美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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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안무·연출 ‘無爲’ 공연
19, 20일 아르코소극장 올려

무용가 국수호(사진)는 1983년 7월 13일 소극장에서 양성옥, 이홍이, 이지영, 손병우 출연으로 구성된 4개의 작품 ‘허상의 춤’ ‘열’ ‘상’ ‘무악동’으로 안무자로서 첫 데뷔무대를 가졌다. 당시 평론가 구희서는 “땀이 흘러 구두에 물이 찼다”라는 작품 리뷰로 130석 소극장에 들어찬 280여 명의 관객과 함께한 공연의 뜨거운 열기를 표현하였다.

그리고 35년. 한국 창작춤의 거장으로 우뚝 선 국수호 ‘국수호디딤무용단’ 예술감독이 소극장 무대에 다시 선다.

국수호디딤무용단은 국수호 예술감독의 대본과 안무, 연출 아래 19일부터 20일까지 아르코 예술극장소극장에서 ‘국수호의 춤 무위(無爲)’ 공연을 갖는다.

무위는 국악계에서 독특한 자기만의 색깔을 만들어가고 있는 강상구(작곡), 유경화(타악), 김준수·이소연(이상 소리) 그리고 무용계의 젊은 예술인 조재혁, 장혜림 등이 출연, 세대와 장르의 간극을 넘어 다양한 색깔의 예술세계와 협업을 통해 완성된 작품이다. 우리 몸과 춤에 깃든 동양적 사고와 정서, 그리고 자연을 담아내는 몸으로서의 춤이라는 화두를 작품으로 풀어내기 위해 노자의 도덕경을 비롯해 다층의 동양철학과 사상에 대한 장기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제작됐다.

국 예술감독은 1983년 창작안무가로 데뷔한 후 1987년 국수호디딤무용단을 창단하고 지난 35여 년 동안 2000여 회의 국내외 공연으로 춤꾼으로서뿐만 아니라, 우리춤을 한국식 극장춤으로 양식화하는 데 큰 업적을 남겼다. 더불어 춤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양식의 극장화로 한국 창작춤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그런데 왜 다시 소극장 무대에 서는 것일까.

“한국 춤의 본질은 정중동의 미학에서 오는 감성 그리고 아름다움입니다. 이런 것은 큰 극장에서 보여줄 수 없어요. 70세를 맞으며 창작자로서 그리고 한 인간으로서 많은 욕심과 구속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점점 더 미니멀하고 담백한 미학으로 빠져 들어가는 저의 현재 예술세계를 화려한 세트와 장치 없이 진솔하게 관객과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다른 장치나 여과 없이 내 땀 한 방울이 관객의 땀 한 방울로 이어지는 공감대가 중요하죠.”

국 예술감독은 “한국 춤의 본질을 찾기 위해서라도 소극장 무대를 1년엔 한 번씩은 할 예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비록 칠순의 나이에 도달했지만 한국 춤의 완성을 향한 국 예술감독의 노력은 당분간 계속될 것 같다.

“춤의 세계에 빠져 일하면서 가장 보람된 일이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까지 사국시대의 춤을 복원한 일입니다. 앞으로 고려춤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고려춤은 당나라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산을 무대로 춤을 추는 산대희(山臺戱)가 특징입니다. 고려시대 연희 전문집단의 무대를 꼭 복원해 보이겠습니다.”

한편 국 예술감독은 그간의 예술적 성취를 바탕으로 현재 중국 둥베이(東北)사범대 무용과 동사교수(동사교수: 석좌교수보다 한 단계 위로 그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1인만 칭호)로 4년째 재직하며 한국 창작춤의 우수성을 전파하고 있다. 그리고 현지에 조선무용연구소를 설립했으며 12월에 학술 및 연구발표를 앞두고 있다.

이경택 기자 ktle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