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版 땅콩사건?… 대통령이 국적機 견과류 질타

“개도 못먹을만큼 품질 엉망”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이 자국 국적 항공사가 제공한 견과류의 품질을 질타하는 사건이 벌어져 BBC방송이 2014년 대한항공의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보도했다.

11일 BBC 등에 따르면 시리세나 대통령은 전일 스리랑카 남부 함반토타에서 열린 한 농업컨벤션행사 연설에서 얼마 전 스리랑카항공에서 맛본 캐슈너트(강낭콩 모양 땅콩)에 대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주 네팔 카트만두에 들렀다 귀국하는 길에 항공기에서 캐슈너트를 제공했는데 개도 못 먹을 정도로 형편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책임자가 누구인가, 누가 이런 캐슈너트가 기내 납품되도록 승인한 것인가”라며 강한 어조로 성토했다. 이날 행사에는 마힌다 아마라위라 농업장관과 랴샨탸 알라기야와나 교통장관 등이 모두 동석했다.

시리세나 대통령의 발언은 자국 농산품의 품질 개선을 촉구하면서도 ‘골칫거리’인 스리랑카항공을 겨냥한 것이라고 BBC와 현지언론 데일리뉴스 등은 분석했다. 스리랑카항공은 최근 부패 및 금융사기 혐의로 대통령 조사특별위원회의 수사를 받고 있다. 스리랑카항공은 1998년 민영화돼 에미레이트항공 등이 경영에 참여했다. 그러나 2008년 당시 마힌다 라자팍사 대통령이 다른 승객들을 쫓아내고 자신의 가족들에게 일등석을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거부한 당시 에미레이트항공 측 CEO를 해고하고 자신의 처남을 대표에 앉혔다. 이후 스리랑카항공의 경영상황이 곤두박질쳐 누적 손실액만 약 10억 달러(약 1조1290억 원)에 이르고 부채는 32억 달러(3조6128억 원)에 달해 회사가 존폐 기로에 놓여 있다. 시리세나 대통령은 최근 직접 수사담당자를 임명하며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한편 BBC는 이번 사건이 대한항공의 땅콩 회항 사건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당시 미국 뉴욕을 출발해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086편에 탑승한 조현아 전 부사장은 견과류인 마카다미아를 제공하는 방식에 불만을 드러내며 이륙 대기 중이던 비행기를 게이트로 되돌릴 것을 지시했다. 이후 조 전 부사장은 안전운항방해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준우 기자 jwrepublic@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