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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Who, What, Why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전국 곳곳에 ‘싱크홀 공포’…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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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 8월 집중 호우로 지반 약해지자 ‘풀썩’… 하루 2개 이상꼴
부실공사·노후 하수관에 온난화 폭우 겹쳐 더 잦아질 가능성

최근 5년동안 4500여건 발생…서울 78% 最多…경기·광주順
24시간 지킴이·통합시스템 등 지자체들 대책 마련에 골머리
“지하시설 현황 조사 강화하고 주기적 안전점검 통해 방지를”


최근 집중호우로 지반이 약해지면서 서울 금천구 아파트 인근에서 대형 땅 꺼짐이 발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싱크홀(sink hole)’ 공포가 커지고 있다. 싱크홀은 지난해 국내에서만 하루 2.6개가 발생했다. 한반도가 아열대성 기후로 바뀌면서 집중호우에 따른 지질 변화가 예상돼 땅 꺼짐 현상은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각국도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싱크홀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싱크홀은 주로 석회암 지대에서 지하수가 빠져나가면서 땅이 꺼진 지형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도심에서 주로 발생하는 노후 상·하수도관 파손이나 부실공사 등으로 흙이 빠져나가면서 땅이 내려앉는 ‘지반침하’ 등에도 구분하지 않고 사용되고 있다. 통칭 ‘싱크홀’의 발생 현황과 원인, 지방자치단체 등의 대책은 무엇인지 살펴봤다.

12일 전국 자치단체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공사장과 맞붙은 금천구 가산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강한 비에 지반이 약해지면서 가로 30m, 세로 10m, 깊이 6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해 주민들이 불안에 떨어야 했다. 지난 6일 서울 동작구 상도초등학교 유치원 건물의 기울어짐 현상은 싱크홀은 아니지만 비슷한 유형으로 인근 공사장의 터파기로 지반을 받치고 있던 흙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들 두 지역의 지반침하 원인을 부실한 토목공사로 분석하고 있다. 7월 11일에는 부산 도시고속도로 번영로의 도로 한가운데에 지름 3.5m, 깊이 5m의 대형 싱크홀이 발생했고, 지난 6일 경남 창원시 도로에서도 지름 1.2m 크기의 구멍이 뚫려 하마터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이처럼 싱크홀은 갑자기 땅이 꺼져 행인이나 운전자들이 미처 구멍을 발견하지 못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2012년 2월 18일 인천 서구 왕길동 한 아파트 앞에서 6차선 도로가 무너져 내려 미처 싱크홀을 발견하지 못한 50대 오토바이 배달원이 땅속으로 떨어져 사망했다. 이 싱크홀은 인천지하철 2호선 공사로 발생했으며 지름이 10m, 깊이가 26m에 달했다. 지난 5일에도 집중호우가 내린 경기 의정부시의 화룡사로 가는 시멘트포장도로에서 지름 5m, 깊이 5m가량의 싱크홀이 생겨 이곳을 지나던 지게차가 추락해 운전자 1명이 다쳤다. 2014년 7월에는 의정부시 신곡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인도에 지름 1.5m, 깊이 2m의 싱크홀이 생겨 지나가던 여성이 빠져 다치기도 했다.

순식간에 인명과 재산 피해를 내는 싱크홀은 지난 5년간 전국에서 4500여 건이 발생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민경욱(자유한국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싱크홀은 4580건에 달한다. 이중 서울에서 발생한 지반침하는 전체의 78%인 3581건으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도 255건(5.6%), 광주 109건(2.4%), 대전 84건(1.8%), 충북도 82건(1.8%) 순이었다. 연도별 발생 건수는 2013년 898건, 2014년 858건, 2015년 1036건, 2016년 828건, 2017년 960건으로 해마다 900건 안팎의 지반침하가 발생하고 있다. 싱크홀의 주요 원인은 노후한 하수관 손상이 3027건(66%)으로 가장 많았으며 관로공사 등이 1434건(31%), 상수관 손상이 119건(3%)으로 뒤를 이었다. 노후 상·하수관의 파손으로 물이 흘러나오면서 지하의 흙이 쓸려 내려가고 공동화 현상이 발생, 싱크홀을 유발하는 것이다. 싱크홀이 많이 발생한 시기가 여름철인 6~8월로 350~500여 건으로 많은 것도 집중호우 등으로 지반이 약해지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겨울철(12~2월) 월평균 100여 건, 봄·가을에도 월평균 200여 건이 발생했다.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싱크홀 때문에 지자체들은 24시간 싱크홀 지킴이를 운영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경기도는 싱크홀 등 각종 땅 꺼짐 예방을 위해 민간전문가 135명으로 구성된 ‘싱크홀 24 지킴이’를 운영하고 있다. 지킴이는 도가 운영하는 SNS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며 땅 꺼짐 사고 발생 시 원인 분석을 지원하고 있다. 인천시도 싱크홀 발생에 따른 별도의 대응 매뉴얼을 마련해 징후가 나타나면 재난상황실이 가동돼 24시간 모니터링한다. 서울시의 경우 상·하수도관 등 싱크홀의 원인이 되는 ‘지하매설물 통합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부산시는 첨단 탐사장비인 차량 탑재형 지하투과레이더(GPR)를 구입해 시내 도로를 탐색, 보강공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지반 탐사가 워낙 오랜 시간이 걸리는 데다 노후 하수관 교체도 더뎌 지난해 기준 하루 2.63건 발생하는 싱크홀에 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도 있다.

정부도 공사로 인한 지반 침하를 막기 위해 뒤늦게 ‘지하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난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이 법안은 면적 4㎡ 이상 또는 깊이 2m 이상 지반침하가 발생하거나 지반침하로 사망·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3명 이상 발생하면 정부가 직접 ‘중앙지하사고조사위원회’를 가동해 사고 경위와 원인에 대한 정밀 조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또 지하 20m 이상 굴착공사를 하는 사업이나 터널공사를 하는 지하개발업자는 지반 및 지질현황, 지하수 변화에 의한 영향, 지반 안전성에 관한 지하안전영향평가를 해야 한다. 아울러 지하개발사업자 또는 지하시설물 관리자는 ‘지반침하’ 사고가 발생하면 지체없이 응급 안전조치를 해야 하고, 면적 1㎡ 또는 깊이 1m 이상 지반침하나 사망·실종자 또는 부상자가 1명 이상 발생한 경우 관할 지자체장에게 사고 발생 사실을 알려야 한다.

전문가들은 도심 지반침하가 부실공사에서 비롯되거나 노후화된 지하 매설물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공사현장 등을 보다 엄격하게 관리하고, 지하시설물 현황조사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건설현장이나 노후 건축물에 대한 계측관리 매뉴얼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지반침하가 발생한다”며 “지하 흙막이 공사는 10m를 진행하면 주변 반경 10m에 대한 계측 데이터를 계속 확인하고 이상이 생기면 원인을 제거해야 하는데, 이런 기본적인 업무를 공사 현장에서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아 지반 침하현상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윤태국 한국토질 및 기초기술사회장은 “30년 이상 지난 지하 시설물의 현황 파악조차 부실한 경우가 많은데, 지자체가 지하 시설물에 대해 정확히 파악을 하고 있어야 하고, 주기적으로 안전 점검을 하는 것이 불시에 벌어지는 땅 꺼짐 현상을 막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창원=박영수·수원=박성훈 기자 buntle@munhwa.com
e-mail 박영수 기자 / 전국부 / 차장 박영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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