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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마틸다’선 모든役 가능한 스윙… ‘갓상블’ 인정 받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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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대에 서면 언제나 주인공 - (中) 뮤지컬 배우 서만석

무작정 상경후 댄스그룹 데뷔
인기 못얻고 순식간에 사라져
춤도 연기도 동냥하듯 배웠죠

데뷔후 한 번도 쉬지않고 무대
‘시카고’서 남주인공 커버까지
실력·내공 갖췄다 인정 받은듯

한때는‘병풍 아닌가’자괴감도
이젠 기회 꽉잡도록 공력 쌓죠


“이토록 사명감 있는 배우는 드물게 봅니다. 실력과 인성을 함께 갖췄다고 할 수 있지요.”

뮤지컬 제작사 신시컴퍼니의 최승희 팀장이 이렇게 칭찬한 배우는 주·조연이 아니다. 떠오르는 신예도 아니다. 올해 마흔 살의 ‘앙상블’ 배우다. 주로 주·조연을 뒷받침하는데, 어떤 역할도 소화할 수 있는 내공을 갖춘 것으로 뮤지컬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관객들은 그를 최고의 앙상블이라며 ‘갓상블’로 부른다.

배우 서만석. 그는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절반씩 살았다. “스무 살 때 20만 원을 들고 무작정 서울에 올라왔습니다. 가수가 되고 싶어서였죠. 천리안, 나우누리 등 인터넷 통신망을 통해 파악한 기획사 50여 곳 전화번호도 함께 들고 왔죠.”

▲  뮤지컬 ‘시카고’에 출연한 서만석. 신시컴퍼니 제공

우여곡절 끝에 한 기획사의 오디션에 합격했으나 금방 쫓겨났다. ‘부산 촌티’를 못 벗었던 탓이었을 거라고 그는 막연히 짐작했다. 두 번째 기획사에선 다행히 앨범을 낼 수 있었다. ‘폭풍’이라는 이름의 댄스 그룹 보컬이었다.

“인기를 얻지 못했어요. 지금은 인터넷에서도 그 이름을 찾을 수가 없어요. 말 그대로 폭풍처럼 사라진 그룹이었지요, 하하.” 지금은 이렇게 웃을 수 있지만, 당시 그가 느꼈던 좌절감은 지독했다. 이후로 어떤 나쁜 일이 생겨도 그때를 떠올리면 견딜 수 있을 정도였다.

그는 고향에 내려가 어머니, 아버지 얼굴을 뵐 면목이 없어서 무조건 서울에서 버텨야 한다고 이를 악물었다. 3년 동안 온갖 아르바이트를 했다. 음식점과 호프집 서빙은 물론이고 피시방, 공사장 등을 전전했다.

“그러다가 군대에 갔는데, 거기서 생각했습니다. 체계적으로 노래 공부를 하자. 제대한 후에 청운대 실용음악과에 들어간 것은 그 결심 때문이었지요.”

그는 재학 중에 생계를 위해 가수들의 코러스 활동을 하다가 우연히 뮤지컬을 본 후에 그 매력에 빠졌다. 26세 때 뮤지컬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다. “돈이 없으니 뮤지컬에 필요한 춤과 연기를 남들처럼 학원에서 배울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같은 배우 중에 무용과 나온 친구에게 춤을, 연극영화과 나온 친구에게는 연기를 동냥하듯 배웠지요.”

그렇게 해서 2005년 ‘불의 검’ 단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달고나’ ‘대장금’ ‘더 라이프’ ‘마이페어레이디’ ‘키스미케이트’ ‘아가씨와 건달들’ ‘올슉업’ ‘맘마미아’ ‘아이다’ ‘시카고’ 등에 출연했다. 데뷔 이후 한 번도 쉬지 않고 무대에 서 왔다는 자부심이 그에게는 있다. 그러나 주·조연으로 각광 받지 못하고 그들 옆이나 뒤에서 뒷받침하는 역할을 하는 앙상블에 머물러 있는 것에 회의를 느끼기도 했다.

“아, 나는 뭐지? 주·조연의 병풍인가? 이게 내 길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괴로웠습니다. 그래서 다른 일을 찾고 있던 중에 운명의 뮤지컬 ‘시카고’를 만난 거지요.” 그는 ‘시카고’ 오디션에 합격해 주인공 중 한 명인 빌리 역의 커버를 맡게 됐다. 뮤지컬의 커버란, 그 역할을 하는 배우에게 일이 생겼을 때 대신 무대에 서는 배우를 말한다. 비록 주인공은 아니었으나 그 역을 맡을 만한 능력이 그에게 있다는 것을 인정받은 셈이었다.

그는 현재 신시컴퍼니가 올린 대형 뮤지컬 ‘마틸다’에서 앙상블 스윙을 맡고 있다. 무대를 뒷받침하는 단역들의 모든 캐릭터에 유고가 생겼을 때 대신하는 역할이다. 어떤 캐릭터든 소화할 수 있어야 하니까 내공이 깊은 배우가 맡을 수밖에 없다.

“저 역시 주연에 대한 욕심이 있지요. 그러나 그걸 욕심부려 봤자 자신만 힘들다는 걸 경험했어요. 그렇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왔을 때 확실히 잡을 수 있도록 공력을 쌓아두자는 쪽으로 마음을 다잡아 왔습니다. 그게 제가 버텨 온 힘입니다. 작은 역할이라도 무대에 있을 때는 저를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관객들께서 제가 공연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고 하실 때 정말 큰 보람을 느낍니다.”

그는 3년 전 결혼해서 18개월 된 아들을 두고 있다. 아내와 아들 얼굴만 떠올리면 힘이 난다는 그는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생기니까, 무대에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장재선 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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