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웹 | 지면보기 PDF | 기사 상세 찾기 | 2018.9.22 토요일
전광판
Hot Click
문화일반
[문화] 김종대의 동네 집 이야기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외국인들도 엽전 주고 받으며 떡볶이·김밥 ‘냠냠’
  페이스북트위터밴드구글
▲  마을기업인 ‘도시락 카페’가 만들어져 운영된 후 찾는 이들이 많아지며 활기를 띠고 있는 통인시장 전경.(통인시장 제공).

통인시장 ‘도시락카페’

2012년 시장 활성화 일환 시작
방송 타면서 전국에 알려져
월요일 제외 언제나 인산인해
일본·중국인 관광객도 찾아와
20개 음식점 품질 관리 엄격
엽전은 동전 수집가에도 인기


하늘이 맑고 높은 날, 서촌마을로 산책을 갔다. 한옥건물과 작은 골목길, 아기자기한 상점까지 서촌 모습은 늘 정겹다. 서촌 곳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르지만, 서촌에 가면 잊지 않고 꼭 들르는 곳이 있다. 바로 ‘도시락 카페’로 유명한 통인시장이다. 서촌구경에서 통인시장을 빼놓지 않는 것은 특별한 인연 때문이다.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와 인연이 시작된 것은 2012년 1월 ‘도시락 카페’가 처음 문을 연 때부터였다. 사무실에서 가까운 거리이기도 했지만, 시장 활성화 사업으로 변해가는 통인시장의 모습에 동참하고 싶었다. 처음에는 겨울의 찬바람을 맞으며 플라스틱 도시락을 들고 시장 안을 다니는 일이 어색하기만 했다. 음식을 파는 상인도, 음식을 사는 우리도 서로 멋쩍게 음식을 담았다. 시장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힐끗힐끗 보기라도 하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난감했다. 도시락을 채우고 상인회 사무실 2층에 올라가면 식사를 위한 작은 장소가 있었다. 함께 간 회사 식구들을 포함해 대여섯 명이 난로를 중심으로 옹기종기 모여 밥을 먹었다. 그때 그 분위기로는 ‘도시락 카페’가 얼마나 계속될지 가늠조차 어려웠다.

하지만 상인들의 정성이 하늘에 닿았는지 날씨가 풀리면서 이곳을 찾는 사람이 점점 늘어났다. 겨우내 ‘도시락 카페’를 지켰던 몇 안 되는 단골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했다. 식사 도중 동료들에게 “이거 내가 키운 거나 마찬가지야”라고 호기 있게 말하는 낯익은 얼굴도 있었다. 사실 이런 충성고객들이 ‘도시락 카페’에 기여한 바가 적지 않다. 이들이 도시락을 들고 엽전으로 음식을 사는 모습이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고 신문과 방송의 취재로 이어졌다. 일본의 한 방송국이 이곳을 소개한 덕분에 일본인 관광객이 갑자기 늘어났고 이어 중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방문도 흔한 일이 됐다. 특히 통인시장과 ‘도시락 카페’가 유명 오락프로와 드라마의 배경이 되면서 시장의 작은 골목이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기 시작했다.

▲  먹음직스럽게 구성된 통인시장 도시락(통인시장 제공).

초기에는 토·일요일에 ‘도시락 카페’를 운영하지 않았다. 하지만 신문과 방송을 보고 주말을 이용해 멀리서 찾아온 사람들의 항의가 있고 난 후, 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도시락 카페’를 운영하게 됐다. 방문객의 수가 늘어나자 판매하는 음식도 다양해졌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상인들도 신이 나 여러 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요즘 통인시장에서는 떡볶이와 김밥 같은 전통적인 시장 음식은 물론이고 처음 보는 열대과일 주스까지 다양한 음식을 팔고 있다. 여러 음식을 제공하는 것은 좋지만, 시장이 먹자골목처럼 되는 건 아닐까 싶어 운영자에게 물어보니 생각지 못한 답이 돌아왔다. ‘도시락 카페’는 사업의 취지에 동의하는 점포들의 가맹점 형식으로 운영되는데 초기부터 오늘까지 가맹점 수를 20여 개로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더욱이 1년에 한 번씩 자체적으로 가맹점의 음식과 서비스를 평가해 기준에 미달되는 가맹점은 퇴출하고 새로운 가게를 충원하는 방식으로 품질관리를 한다.

통인시장의 ‘도시락 카페’는 2011년 한 기획자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 통인시장 활성화를 위해 시장에 들어온 기획자는 통인시장 내 반찬가게에 주목했다. 그래서 시장의 맛있는 음식을 주변 직장인에게 제공하는 뷔페식 도시락을 고안했다. 기획자의 창의적인 생각에 상인들의 경험을 더해 새로운 개념의 ‘도시락 카페’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통인시장 상인들은 마을기업을 만들어 7년째 ‘도시락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도시락 카페’를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통인시장은 서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소가 됐다. 음식을 살 때 사용하는 엽전은 동전수집가들의 수집대상이 되기도 했다. ‘도시락 카페’가 시장 활성화를 넘어 성공한 지역 활성화 사례로 알려지면서 전국 곳곳에서 ‘도시락 카페’와 유사한 사업들이 생겨났고 지방자치단체의 견학이 끊이지 않는다.

오랜만에 ‘도시락 카페’에 방문하자 초기부터 운영을 담당했던 직원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새로 출시한 메뉴며 얼마 전에 만들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는 엽전캐릭터 상품을 자랑스럽게 보여준다. 시장에서 도시락을 들고 다니는 외국인들의 모습도 자연스럽다. 이 모든 것이 2012년 겨울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도시락으로 시작한 작은 날갯짓이 통인시장과 주변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7년을 이어온 그들의 노력과 시간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앞으로의 ‘도시락 카페’에 대한 조언을 부탁하는 그들에게 조언 대신 존경의 말을 전했다. 7년이라는 시간은 존경받기 충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글·사진 = 건축가·디자인연구소 이선 대표
[ 많이 본 기사 ]
▶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 “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주
▶ “가난이 패션이냐”…닳아빠진 명품운동화 59만원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 : m.munhwa.com ]
[AD]
“가난이 패션이냐”…닳아빠진 명품운동화 59만..
topnews_photo 찢어진 부분을 테이프로 겨우 이어붙인 것처럼 디자인한 운동화 제품이 논란이 되고 있다. 22일 가디언, 타임 등 외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mark“군사합의 ‘항복문서’ 수준… 軍 운용 결정적 장애 초래”
mark환각제 먹은 문어, 기분 들떠서 수컷과 ‘포옹’
학생이 ‘단톡방’서 “여교사와 관계 맺고 싶다” 희롱
“美법무부 부장관이 트럼프 녹음·직무박탈 모의”
무면허 만취 버스기사 귀성객 태우고 400㎞ 질주
line
special news 박진영, 결혼 5년만에… 내년 1월 아빠 된다
SNS에 JYP 성장·계획 밝혀…“사내복지 연구·사회환원사업 추진” 가수 겸 JYP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

line
노회찬 ‘돈받아’ vs 드루킹 ‘안줬어’…재판에 어떤 ..
추석 연휴 첫날 본격 귀성 시작…고속도로 곳곳 정..
‘블랙리스트’ 조윤선, 추석연휴 첫날 석방…“남은 재..
photo_news
성폭행 피해 고백한 레이건 딸, ‘캐버노 성폭력..
photo_news
러시아 크리스마스이브 작전 “어산지 국외탈출..
line
[주철환의 음악동네]
illust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
[인터넷 유머]
mark부부가 지켜야 할 교통법규 mark新. 말 실수 모음
topnew_title
number 탄자니아 여객선 전복사고 사망자 170명으로..
여생도 화장실에 ‘몰카’ 설치 해사 생도 퇴교..
판문점 갈 때 ‘반바지’ 입어도 된다…연내 J..
술 마신채 연인 살해하려다 엉뚱한 사람에 ..
이혼후 집이 전처에게 돌아가자 격분…총질..
hot_photo
‘265kg 슈퍼호박 구경하세요’
hot_photo
선예, 셋째 임신…“내년 1월 출산..
hot_photo
천경자 ‘초원Ⅱ’ 20억원에 팔렸다..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사업안내 | 이용안내 | 구독안내 | 독자참여 | 회원서비스 | 고충처리 | 개인정보취급방침 | 청소년보호정책(책임자:최중홍) | Site Map
제호 : 문화일보 | 주소 : 서울시 중구 새문안로 22 |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01697 | 등록일자 : 2011년 7월 15일 | 발행·편집인 : 이병규 | 발행연월일 : 1997년 1월 1일
Copyright ⓒ 문화일보. All Rights Reserved. ☎ 02) 3701-5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