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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His Story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48년간 터득한 경영모델만 60가지 … ‘인생 리부팅’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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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한 Next&Partners 회장이 지난 6일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있는 ‘북쌔즈(Booksays)’에서 진정한 기업가 정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72세에 ‘스타트업’으로 인생2막 연 이승한 N&P그룹 회장

이병철·건희 회장 보좌 삼성맨
CEO·교수 거치며 쌓은 노하우
차세대 리더들에게 전수하고자
복합문화공간‘북쌔즈’ 문 열어

밖에선 북카페처럼 보이지만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한 축인
‘블록체인’ 연구센터로 만들어
인생을 바꿀 강연 등 준비 중

지구촌은 빠르게 변화하는데
청년들 위기의식·절박함 부족
삼성 반도체 모험으로 1등하듯
라이프스타일 혁신에 기여할것


“영국 사람들은 ‘리부팅’(rebooting·컴퓨터나 시스템 등의 재작동)이라는 말을 많이 씁니다. 저 역시 늘 인생을 ‘리부팅’할 수 없는지를 생각합니다. 이곳이 바로 리부팅하는 것을 도와주는 ‘희망충전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승한(72) Next&Partners 회장은 보유한 타이틀이 많다. N&P그룹 회장과 숙명학원 이사장, 복합문화공간 ‘북쌔즈(Booksays)·북앤빈(Book&Bean)’ 대표까지.

특히, 스타트업인 북쌔즈는 요즘 이 회장이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사업이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골목에 자리한 북쌔즈는 별 생각 없이 보면 서점과 커피숍이 결합한 북카페 정도로 착각하기 쉽다.

그러나 북쌔즈는 여느 북카페와는 다르다. 이 회장은 ‘북쌔즈와 북앤빈’을 소규모 신생 기업이라고 말한다.

“이곳은 그냥 단순히 커피 마시고, 책 읽는 그런 장소가 아닙니다. 천장의 조명과 시설들을 보세요. 그냥 조명이 아닙니다. 예술의 전당에 설치돼 있는 조명기구들이에요. 이곳의 중앙홀은 완전한 콘서트홀입니다. 예술의 전당을 설계한 팀이 설계하고, 금난새 지휘자가 직접 세심하게 조언해 준 것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설계했을까요. 이곳에서 많은 강연을 할 계획입니다. 이 골목을 오가는 많은 직장인이 문화를 느끼고 미래를 위한 새로운 기술들을 느낄 수 있도록 해서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그냥 커피 한 잔 마시는 장소가 아니라, 인생의 전환을 도와줄 수 있는 충전소라고 할 수 있죠.”

지난 6일 북쌔즈에서 문화일보와 만난 이 회장은 북쌔즈 설립 의미를 이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카페 천장은 마치 전문 음악 공연장처럼 독특하게 설계됐다. 김형철 연세대 교수와 금난새 지휘자의 공연이 열릴 예정이다.

이 회장은 북쌔즈를 ‘블록체인 센터’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이쯤 되면 북쌔즈가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는 이 회장의 말이 무슨 의미인지 와닿는다. 한국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가상화폐인 ‘비트코인(Bitcoin)’과 연결되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쌓여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 갈 최첨단 기술이라는 것을 이 회장은 확신하고 있다.

그는 “국내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홀대를 받고 있어 연구자들이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미국의 투자자와 논의 중으로, 그중에는 이베이 창업자 중 한 사람도 있고, 국내의 유명한 예약 앱 창립자도 있다”고 말했다. 만약, 투자자들과 협상이 잘 이뤄진다면 이곳 북쌔즈는 연구자들이 블록체인에 대한 연구를 발표하고 공유하는 장소로 활용될 것이다.

홈플러스 CEO로 무려 17년을 보내며 매출 하위권이었던 당시 홈플러스 삼성테스코 매출을 10년 만에 10조 원으로 올려놓은 ‘경영의 마에스트로’ 이 회장이 왜 갑자기 북쌔즈를 만들게 된 것일까.

이 회장은 ‘진정한 삼성맨’이다. 이 회장은 1970년 삼성그룹 공채 11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이 회장은 삼성 창업주인 이병철 선대 회장을 보좌하는 그룹 회장 비서실 기획팀장으로 발탁돼 가까운 거리에서 창업주를 모셨다. 이후 1994년에 다시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로 발령이 나면서 이번에는 이건희 회장을 보좌했다. 이 선대 회장과 이건희 회장을 연이어 보좌한 ‘삼성맨’은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이 당시 이 회장의 직함은 비서실 신경영추진팀장(전무)으로,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싹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이른바 ‘프랑크푸르트 선언’을 실무 지휘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이 선대 회장이 1983년 반도체 사업 진출을 선언했던 이른바 ‘2·8 도쿄선언’은 한국 경제의 틀을 뒤바꿨던 계기가 된 사건”이라며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역시 품질은 등한시하고 대량생산만을 해 왔던 한국 산업 체계에 품질경영이라는 획기적인 전환을 불러온 일대 사건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는 값싼 가발이나 신발을 만들었던 게 한국 산업의 현실이었다”며 “품질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수출만 생각하던 때에 이건희 회장의 발상 전환으로 인해 한국 산업계가 ‘양’에서 ‘질’적 승부로 바뀌는 계기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 선대 회장의 반도체 진출 선언도 ‘모험’이었다고 이 회장은 회고했다. 당시 일본은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던 선진국이었지만, 황금알을 낳는 반도체 산업을 왜 포기하고 한국에 ‘1등’을 빼앗겼을까. 오늘의 이런 결과는 반도체 산업을 바라보던 작은 관점의 차이에서 시작했다.

이 회장은 “일본 내에서도 반도체 산업은 포커에서 진 사람이 판돈까지 모두 내야 하는 ‘버닝 핫’ 게임으로 판단하고 있었다”며 “그래서 일본은 소프트 산업에 집중해야 한다며 영화나 부동산 사업 붐이 일어났고, 미국의 땅과 건물, 영화사들을 대거 사들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이 선대 회장은 반도체 산업을 ‘위험산업’이 아니라, 오랜 투자와 시간을 필요로 하는 ‘시간 산업’으로 인식했다”며 “위험산업으로 인식하느냐, 시간 산업으로 인식하느냐 하는 작은 관점의 차이가 오늘날 삼성이 세계 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게 된 출발점이었다”고 역설했다.

그래서 이 회장은 이 선대 회장과 정주영 현대 창업주를 진정한 기업가로 본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이나 현대의 핵심 가치는 사업으로 국가를 발전시킨다는 ‘사업보국’이 공통된 경영철학이었다”며 “지금은 이런 기업가 정신을 가진 진정한 기업가가 흔치 않다는 점이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한국 경제의 발전기, 이 회장은 삼성에서 “정말 신나게 일했다”고 회고한다. 어쩌면 그런 시간은 다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의 경험과 노하우를 그냥 묵히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2014년 홈플러스 회장을 퇴임한 뒤 기업 경영 멘토링을 해주는 N&P 회장직을 맡게 된 이유다. N&P그룹은 경영 연구를 전담하는 ‘EoM경영연구원’과 가족 멘토링 사업을 맡는 ‘UFCi연합가족상담연구소’, 북쌔즈·북앤빈을 거느리고 있다.

“기업 CEO뿐 아니라 미국 보스턴대 초빙교수 활동도 했고, 사이버대 석좌교수, 서울대 주임교수 등을 역임하면서 터득한 경영 모델이 60여 가지가 됩니다. 스타트업하는 사람들이나, 기업 리더들에게는 경영 교육이 매우 중요합니다. 차세대 비즈니스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또 하나의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이 회장은 ‘경영이란 무엇인가’에 제대로 답을 하는 사람이 없다고 했다. 그건 경영의 통합적인 흐름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라는 설명도 잊지 않았다.

이 회장은 “변하는 것이 경영이지만, 그 변화도 패러다임의 변화인가, 트렌드의 변화인가를 생각해야 한다”며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경영 핵심의 ‘변화’지만, 문제는 현재의 변화가 아니라 미래의 변화여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를 예측하고 그 방향으로 투자해야 하지만, 대부분 경영자가 현재는 잡고 미래는 놓치고 있다는 게 이 회장의 분석이다.

결국, 다시 기업가 정신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게 이 회장의 지론이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이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위험을 감수하고 변화를 기회로 만드는 것. 단순히 돈만 벌려 하는 사람은 진정한 기업가라 할 수 없다는 게 이 회장의 생각이다. 더 나은 내일과 더 나은 인류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기업가 정신을 가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대 젊은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두 가지, 바로 ‘위기의식’과 ‘절박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게 이 회장의 판단이다. 꿈을 펼쳐 나가야 할 젊은이들이 ‘공무원 시험’에만 매달리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지금 젊은이들은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 것 같다”며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 젊은이들은 위기의식과 절박감이 덜하다는 생각이 든다. 진정한 기업가 정신으로 대한민국을 세계 일류 국가로 만들어 위상을 높이겠다는 생각을 가져 줬으면 하는 게 바람”이라고 전했다.

“48년의 세월입니다. 거의 반세기 동안 비즈니스에 도전하는 사람은 아마 별로 없을 거 같군요.” 칠십 줄에 스타트업 대표가 된 이 회장이 끝으로 남긴 한마디는 우리 시대 젊은 기업가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기에 충분했다.

임대환 기자 hwan91@munhwa.com
e-mail 임대환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임대환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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