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노량대교, 관광루트·지역경제의 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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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렬 국토교통부 제2차관

남해도가 고도(孤島)의 숙명을 떨치고, 약동하는 산업사회로 발돋움한 것은 1973년 6월 노량해협에 거대한 남해대교가 걸리면서부터였다. 동양 최대의 현수교라 불렸던 남해대교가 놓이면서 30만 남해 섬 주민은 생활의 기반을 육지와 한달음에 이을 수 있게 됐고, 전국 각지에서 관광객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남해대교로 거센 물살을 건너 서포 김만중이 ‘구운몽’을 구상했다는 숲길을 걸었고, 중종 때 자암 김구(金絿)가 ‘화전별곡’의 소재로 삼았다는 빼어난 자연경관을 감상했으며, 남해도가 민족사에 자랑스럽게 남겨 둔 충무공 유적지를 찾아 성웅의 호국 충정을 기렸다.

이렇듯 남해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의 마당, 남해대교는 개통 45년이 지난 지금, 급격하게 꺾이는 길을 어렵게 지나 진입해야 하고 최대 하중이 32t에 불과한 낡은 교량이 됐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2009년 착공된 다리가 바로 노량대교다. 정부가 총 공사비 3913억 원을 들여 9년간의 공사 끝에 개통을 하루 앞두고 있다. 노량대교는 앞으로 남해안 관광 루트와 지역경제의 쌍끌이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먼저, 노량대교 개통을 기다리는 남해군 주민들의 기대가 가장 크다. 대부분 농업과 어업생활을 하는 인근 주민들은 노후한 교량 위로 속도가 느린 농기계와 인근 식당가를 오가는 화물차가 뒤엉켜 늘 사고 위험을 느꼈고, 관광철에는 교통 정체가 심해 불편을 겪어왔기 때문이다.

내일 13일 개통되는 노량대교는 4차로로 넓어지고, 운행 거리는 4㎞ 정도 단축되며, 통행시간은 10분가량 짧아진다. 또한, 32t 이상 대형 차량의 운행 제한도 풀린다. 안전에 안심을 더할 뿐 아니라, 물류비용도 1대당 1017원 절감될 것으로 기대된다.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내세울 만하다. 노량대교 건설에는 아름다움과 친환경적 요소, 안전성과 경제성을 고려한 최신 공법이 대거 적용됐다. 100% 국산 기술이다. 국내 토목 기술이 당당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계기가 된 것이다.

특히, 청정한 한려해상국립공원의 해양오염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탑을 양 육지부에 세워 바다에는 구조물이 놓이지 않도록 설계했다. 일반적으로 현수교는 주탑 사이에 매달린 케이블을 교량 상판에 연결해 다리를 지탱하는 방식을 쓰는데, 노량대교는 남해를 보존하기 위해 바다가 아닌 육지와 섬에 각각 주탑을 세우고 이 주탑의 각도를 기울여 설치했다. 이러한 방식은 세계 최초로 경사 주탑을 적용한 사례가 돼 세계적인 교량 전문지 ‘브리지(Bridge)’에 소개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노량대교는 남해안 관광 루트(경남 거제∼전남 고흥)의 중심에 자리해 해양관광의 거점지역임과 동시에, 내륙으로는 지리산권의 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축으로서 관광 요충지에 있다. 아름다운 곡선이 매력적인 노량대교는 야경 명소로서 지역의 랜드마크로 기능하는 한편, 인근 지역의 다양한 관광자원과 어우러져 더 많은 관광객의 발길을 사로잡을 것이다. 또한, 노량대교와 연계한 지역 행사·축제 등 지역 관광 개발이 촉진돼 지역경제도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통을 하루 앞둔 노량대교는 막바지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지자체에서 발 벗고 나서 주변 간선도로변 정화 활동을 펼치고, 여기에 주민들도 힘을 보태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앞으로도 정부는 국민의 교통 불편을 해소하고 전국이 균형 있게 발전하도록 연륙교 등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100% 국산 기술로 건설된 노량대교가 주민과 국민에게 자랑스러운 국가 자산이 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