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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World & Idea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미·탈레반 협상과 美·北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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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준 논설위원

미국의 중동지역 주적은 이란
카불정부 능력과 의도 못믿어
대화 속에서도 경제압박 계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아프가니스탄 탈레반과 직접 협상에 나서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이달 파키스탄을 방문하면서 잘메이 칼릴자드 전 아프간 주재 대사가 아프간 화해 담당 보좌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7월 앨리스 웰스 미 국무부 부차관보가 탈레반 대표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는 등 지난 5월부터 은밀히 추진해온 미국·탈레반 대화가 본궤도에 올랐음을 시사한 것이다. 이로써 2001년 9·11 테러 사태로 미국 정부가 그해 10월 1일 탈레반을 오사마 빈라덴과 동일시한다고 선포하고 군사공격을 개시한 이후 처음으로 미국과 탈레반의 공식 대화가 시작된 것이다.

그동안 탈레반을 대화 상대로 인정하지 않던 미국이 태도를 바꾼 것은 미국의 대(對)아프간 목표가 변했기 때문이다. 9·11 직후의 목표는 빈라덴을 비롯한 알카에다 제거였다. 당시 미국은 탈레반에 아프간에 머물고 있던 알카에다 구성원을 넘길 것을 요구했다. 그런데 탈레반이 이를 거부하자, 탈레반도 제거 대상으로 삼아 공격한 것이었다. 그 결과 탈레반은 수도 카불을 잃고 파키스탄 국경지대로 쫓겨났고, 빈라덴은 2011년 5월 파키스탄에서 미 특수부대원에게 사살당했다. 그리고 한때 네오콘을 중심으로 네이션빌딩(nation building)을 통한 ‘민주 아프간 건설’이란 이상주의적 목표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아프간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과 그 동맹을 공격하는 테러조직의 안전피난처가 되는 것 방지’란 현실주의적 목표가 힘을 얻게 됐다. 그리고 이 목표대로라면, 핵·화학무기 등 대량파괴무기(WMD)를 개발하지 않고, 알카에다와 같은 대미 테러조직을 보호하지만 않는다면 탈레반도 공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란 견제라는 미국의 중동 전략도 탈레반과의 대화를 촉진하고 있다. 미국의 전략은 특정 지역에서 패권 국가가 발생하지 않도록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란이 시아파 벨트를 중심으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으며, 특히 핵 개발 야심을 버리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수니파 국가들과 연대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미국이 ‘적극적 간접 개입’ 전략하에 막대한 군사·경제 지원을 퍼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불 정부는 탈레반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무기력할 뿐만 아니라, 대이란 관계에서 미국과 묘한 줄다리기를 하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럴 바에는 시아파 이란에 대해 강한 적대감을 갖고 있는 탈레반이 낫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탈레반 입장에서도 대화를 피할 이유가 없다. 우선, 대미항전이 17년이나 되면서 탈레반 지지층도 지치기 시작됐다. 지도부가 안전한 파키스탄에 앉아서 무한 투쟁만 지시하고 있다는 불평, 심지어 파키스탄 정보기관의 도구로 전락했다는 비판의 소리가 들린다. 또, 이슬람국가(IS)가 ‘호라산 지부’를 설치하고 탈레반에 도전하고 있다. 호라산은 아프간·파키스탄·인도 일부를 일컫는 명칭이다. IS가 이슬람 국제주의를 내걸고 탈레반의 파슈툰 부족주의를 공격한 것이다. 이에 탈레반은 올해 IS 토벌 작전을 대대적으로 펼치기도 했다. 또, 무엇보다도 파슈툰 부족에 한정된 자신들의 한계를 인식하기 시작했다. 현재 탈레반은 아프간 영토의 44∼61% 정도를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더 이상의 팽창은 현실적이지 못하다. 타지크족(族)이나 우즈베크족과 같은 다른 부족 지역에서는 지지 세력이 없기 때문이다.

미·탈레반 협상의 결과를 속단하기엔 이르다. 탈레반이 이르면 10월 총선, 아니면 내년 4월 대선에 참여해 야당 혹은 카불 정부의 연정 세력으로 참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아프간 민족 구성상 한 부족 정치세력의 단독 집권은 불가능하다. 현 카불 정부도 아슈라프 가니(파슈툰) 대통령, 압둘 도스툼(우즈베크) 부통령과 사르와르 다니시(하자르) 부통령, 압둘라 압둘라(타지크) 행정 수반으로 구성돼 있다. 또, 지방 군벌이 사실상 독자적 무장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탈레반도 유사한 지위를 얻으면 된다.

흥미로운 것은 미·탈레반 협상과 미·북 대화의 유사성과 차이점이다. 차이점은 탈레반은 잠재적 지역 패권국인 이란에 적대적이지만, 북한은 친중국 노선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탈레반은 미 본토를 직접 공격할 능력도 의사도 없는 반면, 북한은 핵과 미사일을 아직 포기하지 않고 있다. 반면 유사점도 있다. 대화를 진행하더라도 최종 결론이 나오기까지 경제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탈레반을 돕는다는 이유로 파키스탄을 위한 동맹 지원기금 3억 달러를 최근 최종적으로 취소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탈레반 직접 협상은 미국이 카불 정부의 능력과 의도를 불신하면서 시작됐다는 사실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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