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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이념과잉 경제 슬로건의 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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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동 경제산업부 차장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경제 슬로건은 지금은 애물단지 취급을 받는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뿐이었다. 소득주도성장 등에 혁신성장을 추가한 것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다. 김 부총리는 인사청문회 때부터 “소득주도성장도 중요하지만, 혁신성장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의 혁신성장이 문재인 대통령의 추인(追認)을 받은 것은 ‘김동연 패싱(건너뛰기)’ 논란이 한바탕 휩쓸고 지나간 뒤인 2017년 9월 26일 국무회의였다. 문 대통령은 “혁신성장은 새 정부의 성장 전략에서 소득주도성장 못지않게 중요하다”며 “소득주도성장이 수요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라면, 공급 측면에서 성장을 이끄는 전략이 혁신성장”이라고 말했다. 그 뒤 문재인 정부는 경제철학을 ‘사람 중심의 경제’로 통합했다.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최상위 목표 아래 세 개의 축(軸)으로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제시했다. 문재인 정부가 사람 중심의 경제를 내세우면서 많은 경제 전문가가 “그러면 우리가 그동안 ‘사물(事物) 중심의 경제’라도 해왔다는 얘긴가?”라고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세계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에게 물어보면 “한국이야말로 변변한 자원이나 자본도 없이 높은 교육열과 인적 자원만으로 경제 개발에 성공한 대표적 사례”라고 말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사람 중심의 경제라는 말은 과거 북한에서 김일성주의 주체 철학을 ‘사람 중심의 철학’이라고 부르면서, 주체 경제를 ‘사람 중심의 경제’라고 부른 전례가 있어서 “21세기 한국 경제의 슬로건으로 굳이 저 말을 써야 하느냐?”는 지적도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문재인 정부의 경제 슬로건은 사람 중심의 경제를 최상위 목표로 일자리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굳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문 대통령이 올해 6월 26일 윤종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를 새 경제수석으로 임명한 뒤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이라는 말이 전면에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성장이 어떻게 다른지, 사람 중심의 경제와는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은 없었다. 지금은 사람 중심의 경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포용적 성장 등이 편의에 따라 뒤죽박죽으로 쓰이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지난 6일 청와대에서 ‘나를 안아주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 비전과 전략’이라는 회의를 개최하고, 사회분야 비전으로 ‘포용국가론(論)’을 제시했다. 재원(財源)을 어떻게 마련하겠다는 방안조차 없이 덜렁 슬로건만 또 나온 것이다. 경제계에서는 “앞으로 정치, 외교·안보, 과학 등 모든 분야에서 슬로건이 나올지도 모르겠다”는 말이 나온다. 슬로건은 간결해야 하고, 국민이 피부로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도 ‘로드맵(이행 계획) 공화국’이라는 비아냥 섞인 말을 들었다. 이념(理念)으로 가득 찬 구호로는 절대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자세로 실천을 통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이제라도 문재인 정부가 경제든 사회든 다른 분야든 이념 과잉 상태인 슬로건만으로는 국민을 설득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길 바란다.

haedong@
e-mail 조해동 기자 / 경제산업부 / 차장 조해동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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