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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이도운 논설위원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평양회담, 기업인 동반할 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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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운 논설위원

제재 무시한 남북 경협 큰 위험
유엔 결의안·美 국내법, 北 겨냥
포위 촘촘해 해제도 쉽지 않아

북 석탄 남 반입 위반이라면
韓 당국·기업이 제재받을 수도
남북 경협, 비핵화 이후나 가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의 3차 회담을 앞두고 기대보다는 불안감이 앞선다. 이번 회담에서 비핵화와 남북 경제협력 등이 논의될 것이라고 하는데, ‘비핵화 없는 경협’ 합의가 나올까 우려된다. 그런 합의는 우리 경제와 안보를 위기로 내몰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평양 수행단에 기업인들을 포함시키려 한다니 걱정이 더 커진다.

문 정권은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무시하고 남북 경협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남북관계는 한반도 비핵화를 촉진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일주일 뒤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제재 위반 가능성을 묻는 말에 “지금 큰 물줄기가 형성돼서 도도하게 흘러가고 있는데, 제재 위반은 큰 걸림돌이나 장애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북한이 핵비확산기구(NPT)를 탈퇴한 직후인 1993년 5월 11일 결의한 825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2개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의결했다. 유엔 회원국과 북한 간의 경제 협력이 전반적으로 제한돼 있다. 북한산 석탄 등 광물을 수입하려면 결의안 2270·2317호 등이 풀려야 하고, 개성공단·금강산 관광이 재개되려면 2375·2397호 등이 해제돼야 한다. 북한에 유류(油類)를 제공하면 2375호 위반이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본격화한 2016년부터는 제재 대상이 대량파괴무기에 한정되지 않고, 북 경제 전반을 봉쇄하는 방향으로 결의안이 구성돼 있다.

미국은 지난해까지 15개 국내법을 통해 별도로 북한을 제재해왔다. 대북제재강화법·북한위협감소법·이란 북한 시리아 비확산법 등 북한을 명시한 법만 3개다. 이와 함께 수출관리법·무역법·적성국교역법·수출입은행법·브레턴우즈협정법 등을 통해 상품·서비스·군수·금융·보험·조달·원조·차관·보증 등 대외 경제활동과 관련한 거의 모든 부분을 촘촘하게 틀어막고 있다. 미국은 올해 들어서도 사이버억지대응법, 오토 웜비어 대북 은행업무 제한법 등 북한의 새로운 도발 행태를 응징하는 법안들을 추진 중이다. 북한은 옴짝달싹할 수가 없다. 김정은 정권이 제재 해제에 목을 매는 이유다.

문 정부는 비핵화를 촉진한다며 미 정부에 대북 제재 해제 가능성을 타진 중이다. 그러나 설사 김정은에게 ‘호의’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결심을 한다고 해도 대북 제재 가운데 20% 정도만 관여할 수 있다. 나머지 80%는 미 의회 권한이다. 그것도 복잡하게 얽혀 있어 하나가 풀린다고 북한이 자유로운 국제교역의 혜택을 누릴 수는 없다.

심각한 것은 미국 제재의 칼날이 한국의 목을 향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미국은 개성 연락사무소 개소와 관련한 유류와 광물·자재 등 북 반출, 남북 철도 연결 추진 과정의 경유 북 반출 시도, 북한 석탄 한국 반입 과정 등을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미 정부 당국자들에게 한국 정부가 제재를 위반했느냐고 물으면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만일 미 정부가 대북 제재 위반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우리 측에 보복 조치를 취하면 상상하기 싫은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 태평양에서 해일이 몰려오면 대동강이나 한강의 물줄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된다.

트럼프는 예측하기 어려운 인물이다. 어떤 상황에 어떤 조치를 취할지 아무도 모른다. 반면, 미 정부는 예측이 가능하다. 미 법무부와 재무부는 2014년 소니 픽처스를 해킹한 북한 해커들을 집요하게 추적해 박진혁 등을 제재 명단에 올리고 기소까지 했다. 미 정부는 한국 정부나 업체의 대북 제재 위반도 쉽사리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 정부가 한국 정부 기관이나 당국자를 제재 명단에 올리는 것이다. 그것은 한·미 동맹을 끝내자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그 정도로 가혹하게는 못할 것이다. 한국 기업이나 금융기관 및 관련 인물을 제재 명단에 올릴 수도 있는데, 그것도 보통 위험한 일이 아니다.

청와대가 기업인들을 평양회담에 데려가려는 것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우리 기업들이 남북 당국으로부터 제재 대상인 경협 투자 압력을 받을 수도 있다. 남북 경협은 비핵화 이후라야 가능하다. 이번에 수출기업들이 평양에 가서 ‘잠재적’ 제재 위반 대상이 되는 것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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