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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2일(水)
‘붉은’ 한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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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종 논설위원

10만 명이 동원되는 집단체조는 세계에서 북한에서만 볼 수 있고, 북한 아니면 가능하지도 않을 유일한 공연이다. 단일 공연 동원 숫자로 기네스북에도 올랐다. 2002년 김정일 시대에 ‘아리랑’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집단체조는 동영상이라고 착각될 정도로 역동적이고 화려한 ‘카드 섹션’과 조화된 집단체조가 인상적이다. 이런 행사를 위해 평양 시내에 있는 초·중·고생과 대학생들이 대거 동원되는데 훈련 기간만 4∼5개월이고, 공연이나 훈련 중에는 용변은 물론 물도 먹지 못해 인권 탄압 논란이 많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 평양에 갔던 노무현 전 대통령과 2000년 10월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이 방북 때 이를 관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제난이 심각해지고 김정일이 사망하면서 지난 2013년부터 중단됐던 집단체조가 북한 정부 수립 70주년을 맞아 지난 9일 김정은 시대 버전인 ‘빛나는 조국’이라는 이름으로 재개됐다.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최고 103만 원짜리 입장권도 있다고 한다.

이번 ‘빛나는 조국’은 ‘아리랑’ 공연에 비해 반미, 미사일, 핵 관련 내용이 빠지고 자주, 평화, 민족 대단결의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라고 한다.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참관한 탓인지 미디어아트 기법이 활용되고 평창에서도 등장했던 드론이 사용됐다고 한다. 평창 공연을 따라 한 흔적이 역력하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지난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손을 맞잡고 있는 장면이 방영돼 눈길을 끌었다고 한다. 특히 이날 공연 중 대형 지구 모형이 등장했는데 유독 한반도만 빨간색으로 칠해져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자신의 정권 창립일에 하는 행사인데 북한만 아니라 한반도 전체를 칠한 것을 두고 논란이 많다. 탈북자 출신인 안찬일 세계북한연구센터장은 “북한만 아니라 남한 전체까지 빨간색으로 칠한 것은 북한의 전략적 목표인 ‘적화 통일’을 은연중에 강조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제는 오는 18일 평양을 방문하는 문 대통령이 이 공연을 관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과 정부 대표단 앞에서 ‘붉은 한반도’가 펼쳐지고 박수를 칠 경우 국내 여론이 좋지 않을 수 있다. 하늘색 한반도기면 몰라도 붉은 한반도는 자칫 역풍을 몰고 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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