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愛올래>할머니집 온 듯 ‘푸근’… 年 3만명 찾는 ‘국가대표 체험마을’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경북 고령군 쌍림면에 위치한 개실 마을은 조선 초기 유학자 점필재 김종직 선생의 종택과 오래된 기와집들이 있어 농촌체험은 물론 전통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지난 8일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과 선생님들이 개실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김선규 기자 ufokim@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북 칠곡 아동센터의 학생들이 선생님들의 지도에 따라 엿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다. 김선규 기자

■ 통통한 고령 농촌체험 여행 -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개실마을

음식만들기·딸기따기·썰매…
계절별 체험 프로그램 다양
대통령 표창 3번이나 수상

별도건물 아닌 주민집 숙소
운치있는 고택에 시설도 편리
할머니가 직접 아침밥 해 줘

대가야 문화의 중심 지역
10분 거리에 역사관광단지
문화체험도 함께 할수 있어

“내 반죽이 훨씬 더 둥글지? 히히.”

각자 손에 든 밀가루 반죽을 작은 밀대로 얇게 펴는 아이들이 잠시도 가만있지 않는다. 서로의 반죽 편 모양을 비교하면서 즐겁게 웃고 떠든다. 처음 해보는 칼국수 만들기가 쉽진 않다. 그래도 선생님들과 할머니들의 자세한 설명에 따라 반죽을 얇고 넓게 펴는 데 여념이 없다. 지난 8일 경북 고령군 쌍림면 합가리 개실 마을 농촌체험관광 프로그램에 경북 칠곡군 약목면 아동센터 아이들 25명이 찾았다. 개실 마을은 우리나라에서도 알아주는 농촌체험휴양 마을이다. 칼국수 만들기 체험뿐만 아니라 엿 만들기, 떡메치기, 한과 만들기, 옥수수 따기 등 다양한 체험 행사를 갖추고 있다.

◇놀거리·볼거리 갖춘 체험마을 = 칼국수를 만들기 전 아이들은 마을 할머니들과 함께 한과 만들기를 경험했다. 농촌에서만 접할 수 있는 ‘만들기’ 체험을 아이들이 만끽하고 있었다. 칼국수 면을 다 만든 아이들은 프로그램을 돕는 할머니들이 국수를 삶는 동안 식당 앞 너른 마당에서 공을 차며 놀기 시작했다. 땀을 뻘뻘 흘리던 아이들이 국수를 먹으러 들어오라는 소리에 너나 할 것 없이 우르르 식당으로 몰려 들어갔다.

개실 마을은 2006년, 2011년, 2014년 대통령표창을 받은 ‘국가대표급’ 농촌체험관광 마을이다. 연간 3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다녀간다. 4계절 농촌의 변화를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체험 자원이 풍부하다. 엿, 유과, 칼국수, 두부 등 전통 음식 만들기는 물론, 지역 특산물인 딸기 등을 비롯해 옥수수, 고구마 등 수확 체험도 인기가 많다. 또 대나무 물총, 연, 야생화 화분, 짚공예 등 만들기 체험이나 미꾸라지 잡기, 얼음 썰매 타기, 야생화 관찰, 뗏목 타기 등 자연체험도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이 모든 체험은 마을 어른들이 책임지고 담당하고 있다. 50가구 남짓한 이 마을의 할머니·할아버지가 농촌체험관광의 주축이다. 아이들은 시골 할머니·할아버지가 해주던 재밋거리들을 개실 마을에서 즐길 수 있다. 그것도 아주 저렴한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방과 후 활동을 하는 아동센터 어린이들은 물론 해외 관광객들도 자주 찾는다.

전날 도착한 아동센터 아이들은 2∼3명씩 조를 나눠 마을 어른들이 거주하는 집에서 숙박했다. 개실 마을은 별도 숙박시설을 만들어 놓은 다른 지역 농촌체험관광 마을과 달리 마을 주민들 집을 숙소로 활용한다. 점필재 김종직 종택을 중심으로 마을 주민들의 집이 모두 예스러운 기와집으로 꾸며졌다. 실제 숙소는 가구마다 별채 형태로 만들어졌고, 웬만한 고급 펜션 뺨칠 정도로 깔끔하다. TV·에어컨을 비롯해 직접 식사를 지어먹을 수 있도록 싱크대까지 갖춰진 곳도 있다. 마당은 바비큐 파티를 할 수 있을 만큼 넓다. 김병만 개실 마을 대표는 “10여 년 전부터 1년에 1∼2가구의 주거 환경을 개선하며 손님을 받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며 “개실 마을을 찾은 사람들이 숙박과 다음 날 조식에 대해 가장 만족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할머니 집에서 잔 아이들은 입맛에 맞는 농촌 음식으로 아침 식사를 한 상태다. 할머니의 손맛 담긴 아침 식사가 맛있을 수밖에 없다.

1박2일 체험관광에 아이들을 인솔하고 있는 신미라 아동센터장은 “오늘 참여한 아이들은 대부분 부모님이 평일·주말 할 것 없이 일을 나가고 있어 제대로 농촌 경험을 해본 적이 없다”며 “마치 외갓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을 개실 마을 농촌체험 프로그램에서 아이들이 가질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제대로 데려가 본 적 없는 시골 할아버지·할머니 댁의 따스함을 개실 마을에서 느끼고 있는 것이다.

◇대가야 문화 경험은 덤 = 고령군은 대가야 문화의 중심 지역이다. 개실 마을에서 10여 분 거리에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가 있다. 아동센터 아이들도 개실 마을에서 숙박하기 전 이곳을 찾아 고대 왕국의 모습을 재현한 다양한 볼거리를 관람했다. 역사테마관광지에는 대가야 가마터체험관, 탐방 숲길, 영화관, 수영장, 캠핑장 등이 갖춰져 있다. 휴양시설도 갖춰져 있어 지난여름에도 관광객들이 피서를 겸해 자주 찾았다. 길 건너에는 국내 유일의 대가야사(史) 전문 박물관인 대가야박물관이 있다. 대가야 왕릉이 능선을 따라 줄지어 있는 주산 기슭에 자리하고 있는데, 왕릉에서 발굴된 진품 유물도 다량 보유하고 있다. 철기 문화가 발달했고, 신라·백제와는 또 다른 고대 문화를 발달시킨 대가야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고령군은 개실 마을, 예마을, 가얏고 마을 등 농촌체험관광과 대가야 문화체험을 엮어 하나의 상품을 만들었다. 농촌체험과 문화체험을 한 번의 방문으로 할 수 있는 것이다.

최상희 고령군 관광과 주무관은 “외부 관광객들이 고령의 다양한 농촌체험과 대가야 문화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연계했다”며 “고령에서 즐기는 것뿐만 아니라 역사·문화를 배우는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령 = 박정민 기자 bohe0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