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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3일(木)
‘TV는 사랑을 싣고’에 흐르던 노래… ‘사랑의 힘’을 외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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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린 디옹 ‘The power of love’

‘백 년을 살아 보니’라는 책은 아무나 쓸 수 없다. 한 세기를 견뎌내고도 기력이 곧고 정신이 맑아야 한다. 살아보니 별거 없더라가 주된 내용이라면 출판사가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엮인 숱한 인연들과 거기서 얻은 깨달음이 포도송이처럼 영글어 있다. 마지막 장에서 지은이(김형석 교수)는 앞으로 건강과 시간의 여유가 생긴다면 구름을 찍어 사진으로 남기는 직업을 갖고 싶다고 했다. 유언장 대신 도전장을 내미는 99세의 ‘청년’을 보니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이 실화처럼 다가온다.

만약 은퇴를 앞두고 장래희망을 쓰라고 한다면 좀 멋을 부려서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 적어내겠다. 살아서 그리운 사람을 만나는 게 첫 번째고 빈칸이 조금 남는다면 나 자신이 누군가에게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게 나머지 바람이다. 만나기 싫은 사람을 줄곧 만나야 하고 보고픈 사람은 살아 생전 만날 수 없다면 얼마나 기구한 인생인가.

TV에서 ‘누가 이 사람을 모르시나요’(한운사 작사, 박춘석 작곡)가 흘러나오면 남북이산가족 찾기가 시작됐다는 신호다. 시대가 낳은 불후의 명곡 속 ‘이 사람’은 “얌전한 몸매에 빛나는 눈/ 고운 마음씨는 달덩이” 같고 “이 세상 끝까지 가겠노라고/ 나하고 강가에서 맹세를 하던” 사람이다. 그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만든 건 누구(무엇)인가. ‘신과 함께 2’의 명대사에 답이 있다. “세상에 나쁜 사람은 없다. 나쁜 상황이 있을 뿐이다.” 오리지널 가수 곽순옥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는 아마 통일이 되고서도 계속 들을 수 있을 거라 예측된다. 왜? 결국은 만나야 하니까.

지난 8월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최종경쟁률은 569대 1이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그리웠던 삼십 년 세월”(설운도의 ‘잃어버린 30년’ 중)은 이제 ‘잃어버린 70년’으로 수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 얼싸안고 우는 모습도 실상은 남의 집 이야긴데 슬픔은 전파를 타고 흡수된다. 눈물이 마를 때쯤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우리는 왜 매일 만나는, 마음만 먹으면 지금이라도 만날 수 있는 가족과 친구에 대해서는 그리도 정을 표현하지 않을까. 왜 그리 무심하고 무정할까. “알면서 뭘 그래?” 솔직하게 털어놓자. “알긴 뭘 알아?”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만남과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던 ‘TV는 사랑을 싣고’가 9월 말에 부활한다. 1994년 5월부터 16년 동안 방송된 프로그램이다. 사람들은 은혜보다 원수 갚는 이야기를 더 좋아한다. 복수하는 영화나 드라마가 많은 배경이 그렇다. 반대로 ‘TV는 사랑을 싣고’는 사람의 본성이 본디 착하다는 걸 매주 보여주고도 시청률이 좋았다. 간절함과 애틋함이 있어서다. 그렇다면 폐지의 원인은? 어느 지점부턴가 볼거리가 시들하고 줄거리가 식상해졌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알 것이다. 감동은 진심의 끝자락에 있다. 제대로 묵혀야 그리움이 숙성 발효한다. 인기 좀 있다고 10대 아이돌의 은사나 초등학교 때 짝을 찾아주는 일은 그래서 신중해야 한다. ‘TV는 사랑을 싣고’의 하이라이트는 만나고 싶은 사람이 스튜디오에 등장하는 장면이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 달려가 부둥켜안게 하고 싶지만 제작진은 잠시 악역을 맡을 수밖에 없다.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의뢰인이 한두 번 불러서는 대답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반드시 3번, 그것도 뜸을 들이고 불렀을 때 비로소 지인이 커튼을 열고 나온다. 이 감격의 순간에 흘러나오는 배경음악(주제음악)이 바로 ‘The power of love’다. 사랑의 힘!! 원래는 제니퍼 러시가 발표한 곡이었으나, 캐나다 출신의 셀린 디옹(사진)이 다시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I’m ready to learn of the power of love.”(난 사랑의 힘을 배울 준비가 돼 있어요.) 그렇다. 사랑은 저절로 성장하는 게 아니다. 힘이 필요하다. 사랑의 힘을 배워서 키워야 한다.

끝으로 제안 하나. 남북한 이산가족 찾기를 올림픽처럼 몇 년 주기로 할 게 아니라 ‘TV는 사랑을 싣고’에서 매주 남북을 오가며 진행하면 어떨까.

평양, 서울, 함흥, 제주에서 잇달아 극적인 상봉이 이어지면 어느새 통일이 공기처럼 바람처럼 가까워지지 않을까. “When the world outside’s too much to take, That all ends when I’m with you.”(바깥세상이 아무리 감당키 어려워도 이겨낼 수 있죠. 당신과 함께라면 -‘The power of love’ 중.)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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