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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김호경의 요즘 클래식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3일(木)
농익은 바이올린… 생동하는 피아노… 정경화·조성진 듀오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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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콘서트에서 정경화(왼쪽)와 조성진이 서로를 마주 보며 연주하고 있다. 뒤쪽은 악보를 넘겨 주는 페이지 터너. 예술의전당 제공

포용력 있는 카리스마 鄭
상상력 풍부한 순수성 趙
46세 나이 차이 뛰어넘고
‘클래식은 이런 것’ 보여줘

마지막 연주 끝낸 두 사람
등 맞대고 앉은 모습 인상적


클래식이란 무엇일까? 세계적인 동양미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는 저서 ‘단테 신곡 강의’에서 로마가 국가적 위기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국가를 위해 군함 두세 척을 기부할 수 있는 부호, 즉 국가에 도움을 주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인 클라시스(classis)에서 유래한 단어라 설명한다. 이후 인간이 내적 위기에 처했을 때 정신적인 힘을 주는 존재를 가리켜 클래식이라 부르게 됐다는 주장이다. 12일 오후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정경화&조성진 듀오 콘서트는 이마미치의 이론에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대였다.

▲  정경화(왼쪽)가 조성진과 함께 청중에게 인사하며 어두운 객석을 바라보기 위해 이마에 손을 얹었다.
46세의 나이 차를 두고 나란히 선 두 연주자의 존재감은 실로 대단했다. 특히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에서는 깊숙한 골짜기를 헤매는 듯했다. 아름다운 멜로디가 시적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닌, 끝없이 떠돌고 절망하다 침잠했다.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 1악장.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묘사하듯, 슬픔이 느껴질 만큼 황홀한 연주가 끝나자 피아노는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주듯 노래하기 시작했다. 두 비르투오소(virtuoso)는 깊고 뜨거운 내면을 드러내며 로마의 군함처럼, 이 시대에 유효한 감동을 선사했다.

화려한 기교에 감탄하는 감상법도 있지만, 고유의 음색이 빚어내는 깊이에 빠져드는 감상법도 있다. 정경화는 평소 연주자를 운동선수에 비유할 만큼 기술의 정확도, 육체적 훈련을 강조해왔는데, 최근에는 젊은 시절에 비해 예민하지 못한 자신을 인정하는 겸손을 했다. 그러나 시시각각 변모하는 두텁고 꽉 찬 특유의 음색은 여전히 살아 숨 쉬었다. 노련한 무대 경험과 연주자로서의 카리스마는 과거에는 볼 수 없던 다정한 포용력까지 품어 한층 더 빛이 났다. 매서웠던 눈빛과 기세등등했던 그녀의 어깨가 여유와 행복감으로 반짝였다.

최근 몇 년간 한국 무대에서 만난 조성진의 음악의 특징을 찾아내자면, 투명함이다. 완벽한 테크닉을 보여주지만, 감정을 결코 인위적으로 드러내거나 강요하는 법이 없다. 그렇다고 메마른 연주가 아닌, 순수하고 직관적인 접근을 보여준다. 관조하지 않고 생동감이 넘치며 상상력이 풍부하다. 이날 정경화라는 압도적인 존재를 지탱하는 조성진의 피아노 역시 훌륭했다. 리듬감과 순간순간의 기발함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해석에 무게감을 실었다. 무엇보다 홀로 들려준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BWV903에서는 의외의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글렌 굴드를 떠올리게 할 만큼 과감하고 창의적인 연주로 앞으로 내놓을 새로운 레퍼토리를 기대하게 했다.

이번 공연은 예술의전당 30주년을 기념하는 무대로, 경기·경남·전남을 거친 정경화·조성진 듀오 투어의 마지막 날이기도 했다.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의 마지막 순간, 정경화는 모든 걸 다 쏟아낸 듯 피아노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등을 맞댄 두 사람의 모습은 감동을 주는 장면이었다. 정경화는 객석을 가득 메워준 팬들을 위해 숫기 없는 조성진의 손을 잡고 무대 구석구석을 돌며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앙코르는 두 사람이 들려주는 쇼팽 ‘녹턴’ 20번, 엘가 ‘사랑의 인사’와 조성진이 연주하는 드뷔시 ‘달빛’. 좀 거친 표현이지만, 조성진이 연주하는 아르페지오는 할 수만 있다면 박물관 같은 곳에 영구 보존하면 좋겠다. 위로가 필요할 때마다 찾아가 볼 수 있도록 말이다.

음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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