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여담>그룹 神話 2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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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호 논설위원

‘나약하게만 비친 네게 맡길 순 없어／ 그런 널 원하지 않아／ 강한 척하며 사는 너를 지워버리겠어’. 6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신화(神話)의 노래 ‘To. G’ 일부다. 리드 보컬 김동완이 작사·작곡했다. ‘묻혀가다 너만 다쳐／ 힘없이 쫓아가는 너 집어쳐／ 그러다 다쳐라는 말 좀 닥쳐／ 먹 같은 네 모습만 바라보다 미쳐’ 하는, 그의 작사·작곡 ‘푸리’와 함께, 1999년 발표된 신화 제2집 앨범 ‘T.O.P’에 담겼다. ‘낙원의 반짝임’인 영어 ‘twinkling of paradise’를 축약한 조어가 제목인 타이틀 곡 ‘T.O.P’(작사·작곡 유영진)는 차이콥스키의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발췌해 재창작)한 것으로, 한 대목이 이렇다. ‘난 지금 잊혀진 기차역에서／ 네 마음과 영혼을 가방에 넣고／ 오직 나만이 탈 수 있는 차를 기다려／ 그대라는 기차가 오기만을 기다려’.

화려한 퍼포먼스 위주의 댄스 그룹으로는 드물게 멤버들이 작사·작곡 능력을 겸비하고, 각자 솔로 가수로도 활동하며, 거의 모두 TV 드라마나 영화 연기에도 두드러진 역량을 보이는 신화는 1998년 제1집 ‘해결사’를 내면서 데뷔했다. 하지만 주목받지 못해 해체 위기를 맞았는데, 이듬해에 2집 ‘T.O.P’로 단박에 인기 그룹으로 발돋움했다. 리더이면서 메인 래퍼인 에릭(본명 문정혁)을 비롯해 신혜성(본명 정필교), 이민우 등은 올해 39세다. 본명이 각각 박충재·이선호인 전진과 앤디는 한두 살 적다. 아이돌 그룹의 수명이 워낙 짧은 현실에서 이례적으로 단 한 명의 멤버 교체도 없이 장기간 지속해서 활동해온 신화는 2011년 구성원 6명 모두 똑같은 지분을 투자해 설립한 신화컴퍼니 소속이기도 하다.

“항상 시대의 흐름에 걸맞은 음악과 더 세련된 무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면서, 추구하는 바가 다를 때도 서로 이해·양보해온 것”이 장수 배경이라는 신화가 데뷔 20주년 앨범 ‘Heart’를 최근 발표했고, 오는 10월 6∼7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기념 공연을 한다. ‘넌 나른하게 웃고 있는데／ 날 나른하지 못하게 해／ 널 알 만큼은 다 알았는데／ 꼭 하나씩은 모르게 해／ 내 심장이 어설프게 요령을 못 피게’ 하고 시작하는 앨범 타이틀 곡 ‘Kiss me like that’ 등 중·장년층도 즐겨 들을 만한 노래들이 춤과 어우러져, 신화가 아이돌 역사를 앞으로 더 오래 새롭게 쓸 것으로 믿게 하는 무대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