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70주년>불리한 판결땐 ‘재판거래’ 공격… 사법불신 極에 달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에서 애국가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윤관 전 대법원장, 김명수 대법원장, 문 대통령,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권순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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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법원서 70주년 기념식

檢‘사법농단’의혹 수사받는
前·現판사만 벌써 50명 육박
소장판사들“흠집내기 심해”

金대법원장 “철저한 진상규명
수사도 신속·공정하게 해야
사법부 자체개혁 이어갈 것”

13일 탄생 70주년을 맞이한 사법부가 안팎으로 어두운 그림자만 역력하다. 외부적으로 검찰의 전방위 압박수사에 시달리며 사법부 역사상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사법부 70주년 기념식은 ‘식을 열어 자축하는 게 맞는가’라는 자조 섞인 여론이 주를 이뤘다. 현재까지 검찰 조사를 받은 전·현직 판사가 50명에 육박하는 등 참담한 현실이 연일 계속되는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여론몰이 檢 수사에 법원 제대로 대응도 못해 = 검찰 수사가 본격화한 지난 6월 이후 사법부는 쑥대밭이 됐다. 일제 강제징용 재판거래 의혹과 법원장 비자금 의혹 등에서 가장 최근엔 전직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보고서 무단 반출 의혹까지, 본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먼지털기식 수사가 계속되고 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중견급 이상 법관들을 중심으로 ‘절대 검찰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고 만류했던 데에는 이 같은 사태가 뻔히 예상됐기 때문이었다”면서 “당초 수사 촉구를 외쳤던 젊은 판사들조차 이제는 검찰의 지나친 법원 흠집 내기에 혀를 내두를 정도”라고 말했다.

판사들은 현 사태에 대해 “사법부 신뢰가 바닥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표현했다. KTX 해고 승무원과 옛 통합진보당원들, 변호사단체까지 각계각층에서 자신들에게 불리한 과거 판결에 대해 일제히 “거래된 재판”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대법원이 무단 기습점거를 당하고, 퇴임 후 시골판사를 자청한 박보영 전 대법관이 출근길에 시위대에 봉변을 당하기도 했다. 검찰은 사법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기각률이 90%에 달한다며 기각 때마다 반발입장을 발표, “법원이 제 식구를 감싼다”는 여론몰이를 이어가고 있다.

◇곤혹스러운 김명수 = 검찰 수사가 불붙은 사이 김명수 대법원장은 자취를 감췄다. 적극 수사 협조 방침을 밝힌 이상 법원을 이 잡듯 뒤지는 검찰을 나무랄 수도, 검찰의 사법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과 원칙에 따라 기각하는 일선 법관들에 관여할 수도 없는 ‘기호지세(騎虎之勢)’ 형국에 놓였다. 이 같은 한계를 의식한 듯 90일 만에 김 대법원장은 기념식에서 원론적인 입장을 재확인하는 데 그쳤다. 김 대법원장은 “일선 법관의 재판에는 관여할 수 없으나, 현시점에서도 사법행정 영역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수사 협조를 할 것이며 수사 또는 재판을 담당하는 분들이 독립적으로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라 신속하고 공정하게 진실을 규명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 고위 법관은 “김 대법원장이 ‘검찰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밝힌 데에는 ‘잘못은 예전 대법원에 있다’는 유체이탈식 사고방식에 기반한 것이겠지만, 국민은 양승태든 김명수든 사법부를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이미 사법부는 전체가 공격에 시달리고, 국민도 사법부 전체를 불신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도 사법개혁은 이어가겠다” = 이날 김 대법원장은 검찰 수사와 상관없이 사법부 자체 개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사법부 70년 역사상 국민의 기본권을 제대로 수호하지 못한 부끄러운 모습도 있었고, 신속과 효율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법관 관료화와 같은 어두운 그늘도 함께 있었음을 고백한다”면서 “대법원과 법원행정처의 인적·물적 분리, 윤리감사관 외부 개방직화, 법관인사 이원화의 완성 등 신속히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김리안 기자 knr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