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회담 일정 ‘깜깜’ 방북단 구성 ‘눈치’… 北에 끌려가는 南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내일 개소 14일 개소하는 북한 개성공단 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청사. 이번 개소식에는 남측 조명균 통일부 장관과 북측의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장 등 양측 인사 각각 50∼60명씩 참석할 예정이다. 통일부 제공

정부 ‘12일 실무회담’ 요청에
北 아무 통보 없이 날짜 넘겨
정상회담 D-5인데 조율 못해

우리측 사전점검 등 시간 촉박
靑관계자 “北답변 기다리는 중”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남북연락사무소 숙소. 통일부 제공

13일로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날 오전까지 고위급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다. 우리 측은 12일부터 실무회담 개최를 거듭 요청했지만, 북한 측이 일정 확정을 하지 않아 통보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깜깜이’ ‘벼락치기’ 정상회담이 이뤄지면 협상 과정에서 북한에 끌려가거나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할 수 있고 그 결과 회담 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오전 “아직까지 실무회담 일정이 정해지지 않았다”며 “북한 측의 답변을 기다리고 있으며 오전 중에 통보가 오면 오후에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은 지난주 평양을 다녀온 후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의전, 경호, 통신, 보도에 관한 고위 실무협의를 내주 초 판문점에서 갖기로 했다”고 발표했지만, 주 후반이 되도록 실무회담이 열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는 11일까지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 ‘9·9절’ 관련 행사가 이어지면서 북한 측의 준비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무회담이 열리면 우리 측은 김상균 국가정보원 2차장을 대표로 윤건영 국정기획상황실장, 김종천 의전비서관 등이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실무회담 개최가 지연되면서 정상회담 준비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일반적인 해외 방문이라면 청와대에서 선발대 인력이 평양에 건너가 사전 준비를 해야 하는 시기지만, 현장 상황 등에 대한 사전 점검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2박 3일간의 일정에 대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서 결국 북한 측이 일방적으로 정해주는 일정을 받아 따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집단체조 관람 등으로 인해 불필요한 논란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의전, 경호 등 회담 형식과 관련한 협의도 진행되지 못하면서 의제 조율과 관련해서는 거의 대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미 군사 긴장 완화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북한 측이 이에 동의했는지는 불확실하다. 지난 8월 13일 남북 고위급회담 당시 우리 측은 정상회담 논의 집중을 위해 남관표 국가안보실 2차장을 포함시켰지만, 북한 측은 우리 측의 파트너가 없는 철도성과 국토환경보호성 부상을 포함시켜 경협을 논의하겠다는 의도를 보인 적이 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김병채 기자 haass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