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절반으로 줄인 ‘최다발생국 사우디의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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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熱 등 항목별 점수… 의심환자 판별

기침·설사·낙타접촉 등 상세
WHO 협의… 엄격 기준 적용
4차 개정판까지 내 정밀 점검

韓 보건당국도 기준마련 시급

3년 만에 다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국내에 상륙하면서 메르스 의심환자를 어떻게 구별해야 할지를 놓고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메르스 확진자인 A(61) 씨는 발열과 호흡기 질환이 없다는 이유로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를 제재 없이 통과했다. 3년 전 메르스 대란을 겪고도 보건·방역 당국이 메르스 감염을 의심할 만한 합리적 기준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게 확인된 셈이다.

반면 매년 200명 이상의 메르스 환자가 발생해 홍역을 앓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해 ‘메르스 의심환자 점수 구별법’을 제작해 적용, 올해 메르스 환자 수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했다. 점수 구별법은 공항 직원 등 의료진이 아니더라도 의심환자를 쉽게 분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의심환자가 증상을 솔직히 밝혀야 정확한 결과가 나온다는 점에서 환자 진술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확인해주고 있다.

13일 질병관리본부(KCDC)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4차 개정 과정을 거쳐 메르스 의심환자 점수 구별법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점수 구별법은 증상에 대한 6개 문항과 역학적 연관성에 대한 3개 문항으로 이뤄져 있으며 총 4점 이상이면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된다. 지난해 사우디아라비아를 현장 조사한 KCDC 역학조사관은 “4점에 대한 기준은 사우디아라비아 보건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와 협의해 정했다”며 “메르스 환자를 최대한 놓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낮은 기준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문항을 보면 증상 부문에서는 ‘체온(38도 이상), 기침, 호흡곤란’이 각각 2점, ‘구역·구토·설사, 인후염·콧물, 만성신부전·심부전’이 각각 1점으로 구성돼 있다. 역학적 연관성 부문에서는 ‘확진 환자와 14일 이내 밀접한 접촉’이 3점으로 점수가 가장 높고, ‘14일 이내에 낙타와 접촉’이 2점, ‘14일 이내에 메르스 환자 병원 방문’이 1점이다.

문제는 A 씨처럼 외국에서 일시적인 치료를 받고 입국해 증상이 잠시 완화될 경우 의심환자를 분류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점이다. 만약 A 씨 입국 당시 기준으로 점수 구별법을 적용하면 최대 2점(설사 1점·메르스 환자 병원 방문 1점)에 그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홍철호(자유한국당) 의원은 “별도 세부기준을 근거로 검역관이 검체채취·혈액검사를 시행할 수 있도록 검역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