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市場 흐름 외면한 ‘세금 폭탄’으론 집값 못 잡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8번째 집값 대책이 13일 또 나왔다. 과열지구를 중심으로 한 고강도 ‘세금 폭탄’이 주력 처방이다. 종합부동산세의 과표·세율을 높이면서 고가주택·다주택자에 중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똘똘한 집 한 채’ 수요를 억제한다는 명분으로 1주택자에게도 양도소득세 부담을 늘렸다. 금융규제 역시 강화됐다. 그러나 서울 외곽의 택지 공급 확대책은 미뤄졌고, 시장(市場)이 주목해온 도심 재개발·재건축 방안은 검토 단계부터 배제됐다고 한다. 요컨대 징벌적 수단만 총동원해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규제 종합세트로 불린 지난해 8·2대책이 나온 후 한동안 숨죽이던 서울 집값은 다시 급등했고, 크고 작은 대책이 뒤따랐다. 문 대통령은 8·2대책 직후 “더 강력한 대책을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다”고 했는데, 마침내 종부세 카드를 꺼낸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강남 부자’를 겨냥한 종부세를 도입해 ‘세금 폭탄’이란 말을 만들었고, 재건축 규제로 공급을 끊었다. 노 대통령은 임기 중 17번 대책에도 강남 아파트 값이 64% 오르자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자인했다. 오폭(誤爆)이었던 셈이다. 문 정부는 교훈을 얻긴커녕 종부세 강도를 당시 수준으로 되돌리며 똑같은 코스를 밟고 있다.

문 정부는 투기꾼이 집값을 올린다고 믿지만, 시장에서 투자와 투기는 두부 자르듯 구분되지 않는다. 서울 집값이 오르는 것은 저금리로 1100조 원대 시중 자금이 떠도는 상황에서, 양질의 주택 수요만큼 공급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의 명백한 신호를 외면한 채 수요를 찍어누르는 정책으로 일관하니 성과가 나올 리 없다. 다주택자를 투기꾼으로 보고 규제를 덧붙여온 정부는 급기야 실수요자의 상징인 1주택자까지 ‘투기’ 영역에 집어넣었다. 사는 집 시세가 올랐다고 투기꾼이 된다면, 지난 1년 새 4억∼7억 원씩 집값이 뛴 청와대·정부 고위직들도 그렇다는 말인가.

이번 조치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3주택 이상, 초고가 주택 종부세 중과 및 토지공개념 발언 뒤에 나온 것도 문제다. 시장의 자율 조절 기능을 외면한 이념 과잉의 개입은 반드시 역풍을 부른다. 노 정부에서 이미 뼈저리게 확인한 경험칙이다. 또다시 국민을 실험 대상으로 삼을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