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서민의 ‘불가역적 고통’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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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강흠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미래교육원 원장

통계청이 12일 발표한 ‘8월 고용동향’은 가히 충격적이다. 7월에는 취업자 증가 수가 5000명으로, 1만 명 선이 무너져 불안했는데 8월에는 3000명으로 더 줄었으니 고용절벽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취업자가 1만 명 감소한 2010년 1월 이래 최저치라니 심각하다. 또 다른 고용지표인 실업률은 4%로 전년 동기 대비 0.4%포인트 올랐고, 실업자 수는 13만4000명이 늘어난 113만3000명으로 외환위기 이후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용시장만 보면 역대 최악인 외환위기 시절과 다를 바 없다. 2019년에 들어서면 최저임금 10.9% 인상이라는 눈보라가 기다리니 고용 한파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취업자 수 감소가 20대 청년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최저임금 인상 옹호론자들의 주장은 40대 고용지표가 가장 나쁘다는 사실로 옹색해졌다. ‘8월 고용동향’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를 읽을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을 받지 않는 전문직과 사무직의 고임금 일자리는 늘어난 반면, 최저임금을 받는 기능·기계조작·조립·단순노무 취업자는 줄어들었다. 도소매, 숙박, 음식, 시설관리 등 취약 업종의 고용 증가 폭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아이러니하게도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일자리 늘리기 정책 어젠다를 강화하면서 일자리위원회 설치를 1호로 업무 지시하고, 정책실장직을 부활하면서 일자리수석비서관을 신설했다. 그리고 지난해 5월부터 일자리 재정을 50조 원 이상 퍼부었다. 문 정부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일했으니 참담한 성적표를 받았다고 더 열심히 일하라고 할 수도 없다. 이제는 일하는 방식을 바꿔야 한다.

고용지표 통계를 접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최근 고용상황 악화가 인구구조 변화나 경기 요인만은 아니라는 점을 시인했다. 그리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조정 등을 당·청과 협의하겠는 서광을 비췄다. 하지만 2019년 최저임금 시간당 8350원은 ‘불가역적(不可逆的)’이라고 하니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자영업자와 구직자의 시름은 깊어질 것이다.

청와대는 8월 고용동향을 ‘경제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통증’ 정도로 해석하며 소득주도 성장 정책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그릇된 정책에 결정적 타격을 줄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쯤에는 고용재난이라는 ‘과도기적 고통’이 ‘불가역적 고통’이 될까 우려된다. 청와대의 경제실험에 죽어나는 건 정책 입안자나 정부 관료가 아니라, 입버릇처럼 달고 사는 ‘서민’이다. 이제는 서민들의 기본적인 생계유지라는 좋은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경제정책을 버리고 현실경제를 직시할 때다.

생산성 향상이 수반되지 않는 급격한 임금 인상은 최저임금을 주는 영세업자와 임금을 아예 못 받는 구직자의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 소득이 소비를 늘려 경제성장으로 연결되는 고리는 우리나라 같은 소규모 개방경제에서는 작동이 순탄치 않다. 외국 제품을 소비할 수 있고, 외국 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경제에서 인위적 소득 증대는 내수 진작보다 기업의 경쟁력 약화와 자본의 해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정책으로 기업가정신을 깨워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스타트업 그리고 국내·외국 기업을 막론하고 국내 투자 확대와 생산성 향상을 부추기게 해야 한다. 그러면 일자리가 늘어나 영세 자영업자도 흡수하고 소득 증대와 내수 진작으로 경제가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