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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4일(金)
한계는 腦가 만든 것… 더 밀어붙여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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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듀어 / 알렉스 허친슨 지음, 서유라 옮김 / 다산초당

육상선수 출신 물리학자 저자
과학자·코치 등 수백명 만나
‘지구력’ 비밀 풀려 10년 연구

위급상황 1.3t 車 들어올리고
빙벽에 갇혀 634일 버티는 등
한계 넘어서는 모든 힘에 초점

“몸이 말 안 듣는다 느낀 시점
실제 한계와는 한참 거리 멀어
위험 감지한 뇌가 멈추게한것”


인간은 얼마나 오래 견딜 수 있을까. 견디는 힘과 정신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우리는 흔히 ‘한계에 도달했다’고 말하곤 한다. 다르게 말하면 ‘지구력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지구력의 한계가 무엇인지, 그것이 어떻게 작동하는 것인지에 대해선 설명하기 어렵다. 만약 우리가 지구력의 한계와 그 작동 원리를 정확하게 알게 된다면 이를 넘어설 방법도 알게 된다.

달리기 선수 출신의 물리학 박사이자 과학 칼럼니스트인, 독특한 이력의 알렉스 허친슨의 관심도 여기에 있다. 1500m 달리기, 크로스컨트리 캐나다 국가 대표 선수였던 그는 스물여덟이던 2004년, 올림픽 국가대표 선발전을 앞두고 엉치뼈 골절로 선수 생활을 접어야 했다. 그는 새로운 길을 가겠다며, 언론학 학위를 딴 뒤 캐나다 오타와의 신문사에 취직했다. 하지만 그의 머릿속은 끊임없이 선수 시절로 돌아갔다. 왜 매번 기록이 똑같이 나오지 않았는지, 그렇게 오랫동안 훈련해도 불가능하던 기록을 어느 날 갑자기 깬 이유는 무엇인지.

그는 프리랜서 기자로 전향해 ‘지구력이 필요한 운동’에 관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의 관심은 선수들의 승패가 아니라 그 원인이었다. 선수들을 만나고 자료를 뒤지다가 과학자들 중에서도 자신과 같은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짐을 쌌다. 호주, 유럽, 남아프리카, 북아메리카 곳곳의 연구실을 돌아다니며 수백 명의 과학자와 코치, 운동선수를 만나 지구력의 비밀을 풀기 위해 노력했다. 이 작업이 무려 10년이다. 책은 이 10년의 결과물이다.

그는 1909년 남극 탐험에 나섰다가 빙벽에 갇혀 634일 만에 전 대원과 함께 무사 귀환한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의 지구력부터 오늘에 이르는 탐험가와 운동선수들, 그리고 인간의 한계를 넘어 기적을 만든 케이스들을 자세하게 살피며 지구력에 대한 답을 찾으려 한다.

그의 가설은 지구력이란 육체뿐 아니라 뇌 기능에 상당히 좌우된다는 것이었다. 인간의 한계를 설명할 때, 인체를 하나의 기계로 보곤 한다. 기계의 부품이 성능을 좌우하듯 심장, 폐와 같은 신체기관이 인간의 한계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몸이 분명하고 확실한 한계에 도달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터질 것 같은 심장, 타들어 가는 폐, 이에 따라 의지는 사그라든다. 폐의 용량이 큰 사람이 물속에서 오래 숨을 참고, 힘은 근육의 강도에 따라 정해진다.

하지만 이런 한계를 넘는 일들도 있다. 2006년 7월 미국 애리조나주 한 쇼핑몰 앞에서 자전거를 타던 18세 소년이 차량 밑으로 깔려 들어가는 사고가 생기자, 사고 차량 뒤에 있던 트럭의 운전자가 달려와 1360㎏의 자동차를 들어 올려 소년을 구했다.

저자는 지구력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스위스 군용 칼에 비유했다. 지구력은 인간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이지만 악을 쓰는 아이들과 함께 국제선 비행기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하는 힘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 사이의 경계를 명확히 긋기 어렵다는 것이다.

저자는 과학자 새뮤얼 마코의 정의를 빌려와 지구력에 대해 설명한다. “그만두고 싶은 욕망과 계속해서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게 하는 힘”이다. 멈추고 물러서라고, 혹은 포기하라고 속삭이는 본능의 지시를 거부하고 더디게 가는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다고 책이 흔한 자기계발서처럼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렸고, 우리가 원하면 전 우주가 도와준다는 식의 이야기는 아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 몸과 뇌는 밀접하게 연결돼 있고, 인간이 특정한 상황에서 한계를 맞이하는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반드시 두 가지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뇌의 역할이 생각보다 크다는 데에 무게 중심을 둔다. 우리가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고 느끼기 시작하는 것은 실제로 한계에 도달하기 한참 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미세한 변화를 눈치채기 어렵지만 점차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들어가게 되고 결국 영원히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에 이른다. 그 순간 고통스러운 도전은 마침내 포기의 순간을 맞는다. 하지만 이 시점의 심부 체온은 여전히 정상 범주에 있고, 근육에는 산소와 연료가 충분히 남아 있으며, 대사 작용의 부산물 수치도 적정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가 멈추는 이유는 오직 뇌에서 시간 문제로 다가온 위험의 가능성을 미리 감지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주장을 좀 더 밀어붙이면 이런 말이 가능하다. 인간의 한계는 뇌가 만들어낸 허상에 불과하다. 책은 인간한계를 넘어 기록경기에 도전하는 운동선수들의 이야기지만 운동과 스포츠과학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육체적 한계를 계속 넘어가 새 기록을 만들 듯, 정신적 지구력도 훈련을 통해 강화할 수 있다는 메시지다.

물론 한계를 넘지 못한 것이 자기 한계라는 허상에 굴복했기 때문이라는 결론은 경계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자기 앞의 한계와 벽, 그리고 가장 큰 한계인 이전의 나를 뛰어넘는 인간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삶이 속도전으로 몰려가는 이 시대에 한계를 넘는 것보다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 504쪽, 1만9800원.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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