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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4일(金)
실험적 발명품 → 이미지 거울 → 예술품… TV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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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80년대 프랑스 소설가이자 삽화가인 알베르 로비다의 작품에 나오는 상상의 텔레비전 모습. 루아크 제공

텔레비전의 즐거움 / 크리스 호록스 지음, 강경이 옮김 / 루아크

텔레비전은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다양한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다. 놀라운 테크놀로지로 등장했다가 사람들을 불러모으는 모닥불 역할을 했고, 메시지를 실어날랐으며, 대중문화를 다량으로 유통하는 공간이 되기도 했다.

이런 다층적인 텔레비전의 기능에 주목한 책은 과거에도 많았다. TV로 투사된 가상의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욕망을 들여다본 책도 있었고, 프로그램의 변천을 따라가며 대중문화의 흐름과 속도를 읽은 책도 있었다.

그러나 이 책은 기존의 책들과 다르다. 다른 책들이 TV가 가진 미디어 매체의 특성에 주목했다면, 이 책은 TV를 다루되 미디어로서의 TV가 아닌 사물로서의 TV, 즉 ‘텔레비전 수상기’에 대해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술의 발달로 불룩한 브라운관이 사라지면서 소멸하고 있는 텔레비전 수상기에 주목하고 있다는 게 뜻밖이다. 평면스크린이 등장하면서 TV는 박스 형태에서 벗어나 얇아져 벽과 합체되거나 아예 텔레비전이란 외피를 벗고 컴퓨터 화면이나 휴대전화 속으로 통합돼 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뜻밖인 건 또 있다. 텔레비전 수상기의 역사가 제법 흥미롭다는 것이다. 책에는 최초의 개발과정에서부터 발전과정을 거쳐 소멸 단계에 이르는 지금까지 텔레비전의 역사가 상세하게 담겨 있다.

19세기 말까지만 해도 텔레비전은 과학소설에나 등장하던 ‘먼 미래의 가능성’이었다. 미래의 그림이 그려지자 곧 이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가 시작됐다. 텔레비전의 탄생은 신화적인 발명가들이 저마다 이룬 빛과 자기와 전기의 작용에 대한 놀라운 발견이 합쳐져서 비로소 가능했다.

책은 텔레비전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개발과정에서 이뤄진 수많은 과학 실험 얘기부터 기술 개발에 따른 텔레비전 수상기의 변천사, 텔레비전에 대한 당대의 사회적인 시각 등에 대해서도 다룬다. 이런 이야기는 과학이기도 하면서 정치와 경제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사회와 문화 이야기이기도 하다. 텔레비전 수상기 하나로 ‘삶의 거의 모든 부분’을 다 이야기할 수 있다는 건, 그만큼 텔레비전이 우리에게 끼친 영향이 막대했기 때문이겠다.

책에는 우리가 미처 몰랐던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최근에야 도달한 ‘TV의 쌍방향’이 이미 텔레비전 개발 초기에 쌍방향 통신 장치로 개발이 시도됐다는 것은 놀랍다. 리모컨의 발명이 기업의 전략과 소비자들의 선택에 끼친 영향을 조명하는 부분도 새롭다. 1954년 3월 최초로 개발돼 미국에서 판매된 웨스팅하우스사의 컬러텔레비전이 당시 자동차의 평균가격(1700달러)에 육박하는 1295달러에 판매됐다는 것도 초창기 텔레비전이 실험적 발명품인 장난감에서, 이미지를 재현하는 거울로, 다시 ‘예술의 형태’로 변모해온 과정도 흥미롭다.

결론은 이 책이 수많은 시기를 거치며 우리가 두려워하는 동시에 욕망하는 대상이자, 무시하면서도 환영하는 대상이었던, 쳐다보는 동시에 그 너머를 보는 대상이었던 텔레비전 수상기에 관한 가장 흥미로운 역사서이자 비평서라는 것이다. 307쪽 1만9000원.

박경일 기자 parki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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