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밝히지 못한 ‘거리의 神父’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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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 정의를 / 함세웅, 한인섭 지음 / 창비

암울한 시대에 역사의 한복판에서 가톨릭 사제이자 운동가로 살아온 함세웅 신부. 함 신부와 한인섭 서울대 법대 교수가 대화를 나눈 대담집이다. 함 신부는 2012년 은퇴한 뒤에도 여전히 신자들을 만나고 고통받고 있는 수많은 농성 현장 등을 방문하며 그들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거리의 신부’로 살아가고 있다.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운동에 대한 연구·저술 활동을 펴온 한 교수는 2013년 안식년을 계기로 6개월간 매주 함 신부를 만나 대화를 나눴다. 대담집은 우리 사회 민주화 시기의 결정적 순간들을 이끌어온 투사로서의 면모뿐 아니라 우리 시대 신학이 봉착한 문제점을 끝없이 고민해온 종교가로서의 면모까지 속속들이 파고드는 종합적 기록 서사다. 2014년 초에 대담이 정리됐지만, 당시 온전한 진실을 가로막는 분위기와 함 신부도 자신의 생애를 그대로 노출하는 것을 삼가는 마음이 있어 다시 4년을 가다듬어 책을 내게 됐다고 한 교수는 밝히고 있다. 대담에서 함 신부는 그동안 밝히지 못했던 얘기들을 털어놓는다. 김수환 추기경과의 끊임없는 마찰을 다룬 에피소드들에서부터 2010년대 한국 가톨릭의 현실에 대한 비판까지를 망라한다. 728쪽. 3만5000원.

엄주엽 선임기자 ejyeob@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