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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골프와 나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4일(金)
“내 유일한 홀인원은… 왕초보 때 왕싱글조에서 뽐낸 ‘대박 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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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철(70) ㈜해금광고 회장이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본사 집무실에서 골프채가 오래는 됐지만 성능은 최고라며 엄지를 내밀고 있다.
- 이영철 ㈜해금광고 회장

등산만 다니다 환갑 다 돼 입문
5번째 라운드가 지역경제인 모임
총무가 나이 많다고 ‘싱글조’묶어

동반자 ‘싱글 맞아 ?’ 표정 역력
첫 파3서 모두 핀 2 ~ 3m 붙었고
내 공은 경사 타고 홀 빨려들어가

동반자들 72 ~ 74타… 나는 110타
이후 사업 번창해 홀인원 덕 봤지


등산 애호가 이영철(70) ㈜해금광고 회장은 명함 뒷면에 아내와 함께 등산하면서 찍은 사진을 새겨 넣고 다닌다. 이 회장은 요즘 뒤늦게 골프에 심취하면서 골프를 통해 사람 사귀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지난 4일 부산 사상구 해금광고 본사 집무실에서 이 회장을 만났다. 이 회장은 “골프의 재미보다는 골프를 함으로써 지인들과 약속하고 만날 수 있기에 골프 모임을 직접 만든 것도 서넛은 된다”고 말했다. 모임은 대개 40∼50명으로 구성해 매월, 혹은 2개월에 한 번씩 골프장에서 만난다. 이 회장은 주위에 좋은 사람들은 모두 가입시켰다고 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만나기보다 골프장에서 만나는 경우가 더 많다. 모임 성격도 다르다. ‘가우회’는 부산지역 기업인 중 아시아드 골프장 모임이고, 골프를 치면서 즐기자는 뜻에서 ‘도락가’, 푸른 잔디밭에서 만나자는 취지의 ‘청마루’, 수수하지만 버릴 게 없듯 오래가자는 취지에서 모임 이름을 ‘호박꽃’으로 지었다. 이 회장이 처음 만들었고,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모임 회장 자리를 후배들에게 넘겨 줬다.

등산만 즐기던 이 회장이 환갑을 2년 앞둔 2006년 골프를 처음 접했던 사연을 꺼냈다. “5년 전부터 골프를 배웠던 아내가 우연히 지인으로부터 부부동반 모임이 있으니 함께 가야 한다기에 얼떨결에 골프장에 나갔다”고 기억했다. 이 회장은 제주여행에 따라나서 막상 골프장에 도착은 했지만, 골프채 한번 안 잡아본 터라 걱정부터 앞섰다. 제주 오라골프장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골프장 대여 클럽으로 1번 홀부터 연신 헛스윙을 해댔다. 주변 구경꾼들에게 좋은 볼거리와 웃음을 선사하면서 세 차례나 헛스윙이 계속되자 보다 못한 캐디가 재치있게 그의 공을 페어웨이로 던져 줬다. 이렇게 골프를 시작했다.

이 회장은 1970년대 부산의 한 골목 어귀 30평 작업장에서 직원 서넛과 동네업소 간판을 만들다가, 기업 대리점 광고를 맡으며 급성장했다. 1980년대 이후 옥외광고업에 뛰어들었고, 서울 아시안게임-올림픽-월드컵이 이어지면서 옥외광고업이 호황을 맞았다. 1994년 서울영업본부를 설치해 서울 및 수도권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지방광고업체라서 정보력과 사업 노하우에서 핸디캡이 많았다. 부산과 서울을 일주일에 몇 차례씩 다니는 특유의 끈기로 광고주를 설득했다.

이 회장의 골프 이야기 중 압권은 생애 유일한 홀인원에 얽힌 에피소드. 골프를 시작한 지 6개월도 채 안 돼 자신의 5번째 라운드 만에 홀인원을 뽑아냈던 것. 2006년 9월 울산 보라 골프장에서 홀인원을 했다. 부산지역 경제인 골프모임에 처음 나갔는데 15개 팀이나 나왔다. 그동안 변변한 연습도, 레슨도 한번 받지 않았던 그였다. 하지만 모임의 총무가 지긋한 나이의 이 회장을 가장 잘 치는 ‘싱글 조’에 넣었다. 이 회장은 예상대로 헤맸고, 동반자들은 “왜 저 사람이 우리 조에 들어왔지?”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월리엄 코스 4번 홀(파3)에서 먼저 친 동반자 셋 모두가 그린에 올려 홀과 불과 2∼3m 지점에 붙여놨다. 125m 거리에서 동반자들은 8, 9번 아이언을 쳤지만, 이 회장은 5번 아이언을 뽑아 들었다. 일단 긴 클럽을 잡아 ‘어떻게 하든 공만 맞히겠다’며 집중했고, 그 덕에 지금껏 자신이 친 샷 중에서 가장 잘 맞았다는 느낌이 든 순간, 그린에 올라간 공은 경사를 타고 홀로 빨려 들어갔다. 앞 조와 뒤에서 대기하던 일행들의 환호가 터졌다.

이날 동반자들은 72타에서 74타를 기록했지만 이 회장은 정작 홀인원을 하고도 110타를 넘겼다. 한 달 뒤 홀인원 패를 전달받으면서 동반자들이 라운드 대신, 조촐한 저녁이나 하자고 해서 뒤풀이를 대신했다. 이 회장은 지금 생각하니 “왕 싱글인 동반자들이 100타가 넘는 사람과 칠 마음이 생겼겠냐”며 웃는다. 얼떨결에 홀인원 행운을 안았던 이 회장은 사업에서도 후광효과를 봤다.

홀인원을 한 지 한 달도 안 돼 제주공항 광고건 입찰에 참여했다. 입찰 현장에 있던 직원에게서 “입찰은 됐지만 난감한 처지가 됐다”며 연락이 왔다. 이 회장이 써낸 금액은 예정금액에서 1원짜리 하나 안 틀리게 똑같았던 것. 공항공사 측은 정보 유출을 의심하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 회장은 어려웠던 외환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현재부지 880평 규모인 사옥도 외환위기 직후 마련했다. 전국 공항 청사 내 광고판의 LED 광고를 통째로 받기도 했고, 부산 지하철 1호선 차량과 역사 광고도 수주했다. 서울역 광장 옆 LED 전광판도 운영 중이다. 지금은 상업용 인테리어업에도 진출해 은행 지점 시설공사나 쇼핑센터, 최근엔 몇몇 골프장 클럽하우스 인테리어 공사도 맡았다.

이렇게 세월이 흘렀지만, 이 회장은 여전히 ‘보기 플레이어’ 수준이다. 제대로 안 배웠던 탓에 스윙도 엉성했다. 당시만 해도 워낙 바빴던 탓에 평일에는 골프를 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간혹 라운드 중 동반자 중에는 ‘백스윙 때 팔을 번쩍 치켜들어서 치라’는 등의 훈수를 하곤 하는데 이런 말을 의식해 치다 보니 지금의 괴상하고 엉성한 스윙 자세로 굳어졌다. 몇 차례 스윙을 고치려고도 했지만, 더 맞질 않아 포기했다. “오랫동안 치다 보니 이젠 최적화된 스윙이 됐고, 보기 플레이는 하고 있다”며 “지금도 잘 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즐겁게 치는 데는 지장이 없다”며 웃는다. 2년 전 부산 해운대골프장에서 친 85타가 베스트 스코어다. 140∼150m 정도에서 우드로 치는 게 자신의 주특기 샷이다. 몇 해 전 해운대CC에서 파 4홀에서 우드로 샷 이글을 했다. 드라이버 거리가 170∼180m이다 보니 이글 기회가 자주 없었다. 엉망진창으로 전반을 마친 뒤 후반이던 로열코스 5번 홀(파4)에서 145m를 남기고 우드를 들고 친 게 그린에 떨어지더니 홀로 빨려 들어갔다. 이 회장은 물론 우드를 쳐서 붙이는 거리로, 큰 실수가 없는 편이다. 파 4홀에서 굳이 투온을 노리지도 않는 편이어서 대개 ‘3학년 1반’을 노리는 게 그의 골프 전략이다.

부산 = 글·사진 최명식 기자 mschoi@munhwa.com
e-mail 최명식 기자 / 체육부 / 부장 최명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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