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논단>서울올림픽 30년…성공 역사 계속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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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재기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

몇 해 전 ‘응답하라 1988’ 드라마가, 정겨웠던 시절의 추억을 불러오며 많은 이의 사랑을 받았다. 극 중 서울올림픽 개막식은 개인적인 경험이 떠오르며 감동을 더했다. 주인공 덕선은 마다가스카르 피켓걸로 뽑히지만, 그 나라의 불참으로 눈물을 쏟는다. 하지만 자격 박탈된 이를 대신해 덕선이 우간다 피켓걸로 개막식에 등장하자 텔레비전 앞에 앉은 가족과 이웃들은 환호한다. 당시 조직위원회 유도담당관으로 함께했던 필자도 흐뭇한 회상에 잠겼던 기억이 난다.

서울올림픽이 열린 지 30년이 됐다. 조직위원회가 모태가 돼 탄생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이를 기념하는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서울올림픽은 삼국통일, 한글 창제와 함께 민족 국운 융성의 변곡점이 됐던 사건이다. 삼국통일은 민족이 서로 대립하던 상황을 끝내고 국력 통합의 계기가 됐다. 이후 우리는 줄곧 하나의 국가로 발전하며 역사의 도도한 흐름에 응전해왔다. 6·25전쟁으로 민족과 국토가 갈라졌지만, 우리가 통일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글 창제는 우리 민족의 사유 능력 향상에 기여했다. 문자가 생기자 일반 백성도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할 수 있게 되면서 상상력은 날개를 달았다. 민족문화 발달의 전기를 맞은 것이다. 중국 문명권으로부터 조선의 독자성을 지키려는 처절한 투쟁의 산물이었다는 점에서도 역사의 분수령이 됐다. 일제 치하에서도, 수십 년간 남북이 갈라졌어도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민족 공통의 언어인 한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삼국통일이 국력 결집의 원동력이 되고 한글이 대중의 지성을 일깨워 문화 창달을 드높였다면, 서울올림픽은 풍요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올림픽 전만 해도 우리는 정치적으로는 혼란스럽고 경제적으로는 빈곤 국가였다. 굴곡진 현대사가 말해 주듯 대한민국은 20세기 초 36년간 일제 치하에서 신음했고, 식민지 시대를 벗어나자 곧 남북으로 분열되고 동족상잔의 큰 비극까지 겪는다. 전쟁의 포연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폐허만 남았다. 그런 나라가 절망을 딛고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것이다. 성공은 불투명했다. 하지만 동유럽 국가들은 서울을 보며 깜짝 놀랐다. 자신들보다 못 산다고 여겼던 우리의 풍요로운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올림픽은 전쟁과 가난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이미지의 대전환을 가져온 큰 사건이었다.

성공 개최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하나 더 있다. 경기 장면을 실시간 세계로 전했던 통신 기술의 우수성이다. 이를 위해 해저 통신 케이블을 연결하고 전국에 광통신망을 구축했던 것은 성공의 숨은 주역이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지난 1월 서울올림픽을 재조명하면서 대한민국이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했다고 분석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하계올림픽과 2002 한·일월드컵축구대회에 이어 올해 동계올림픽까지 성공적으로 치러낸 대한민국. 특히,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막혔던 남북관계에 평화의 물꼬를 트며 남북 정상회담의 계기를 마련했다. 스포츠가 한반도의 평화 정착과 민족 번영의 디딤돌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서울올림픽에서 시작된 기적이 평창올림픽의 감동을 넘어 또 한 번의 기적으로 이어졌으면 한다. 그것은 남북이 통일된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다. 물론 통일의 길은 아직 멀다. 어디 첫술에 배부르랴, 올림픽이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해왔듯이 스포츠가 선봉에 서서 지속적인 남북 교류를 해 간다면 통일올림픽도 한낱 헛된 꿈만은 아니지 않겠는가. 기적은 기적을 낳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