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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4일(金)
運에 맡겨진 국민의 生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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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협 사회부장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다. 불과 일주일 새 가슴을 쓸어내릴 일이 연거푸 벌어졌다. 14일 현재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는 다행히 소강 국면이다. 서울 상도유치원 지반붕괴 사고는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바로 직전 벌어진 가산동 오피스텔 공사장 대형 싱크홀 사고로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아직 입주할 엄두를 못 내고 있다. 이 정도에 그친 게 다행이라고 사람들은 입을 모은다. 참사를 피한 이번 ‘다행’은 누가 잘했기 때문에 따라온 결과일까. 아니다. 운이 따랐을 뿐이다. 뒤집으면 오늘, 내일, 1주일 뒤 진짜 큰일이 닥칠 수 있다는 의미다.

고비마다 되짚어보자. 얼마나 공포스러운 결과를 초래할 뻔했는지 가늠해보자는 취지다. 쿠웨이트에서 입국한 남성(61)이 설사 증상 신고에도 불구하고 공항 입국장을 빠져나온 뒤 가족과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면, 바로 병원으로 가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했다면, 전화도 없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바로 방문해 격리 검사를 받지 않았다면 밀접·일상 접촉자수는 훨씬 늘어났을 터다. 접촉자들이 전국 각지로 흩어져 몸에 이상징후를 느낀 뒤 지역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면 숫자는 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을 게 분명하다. 이른바 ‘슈퍼 전파 상황’이다. 불과 3년 전, 2015년 메르스 파동 때 실제 그랬다. 무려 38명이나 사망했다. 당시 추적을 위해 환자마다 번호를 매겨가며 나뭇가지처럼 뻗어 나가는 계통도를 그려야 했다. 상도유치원 지반붕괴도 마찬가지다. 만약 밤 11시 25분이 아니라 앞뒤로 3∼4시간 전후에 일어났다면, 건물이 기우뚱한 정도가 아니라 붕괴에 이르렀다면, 이후 상황은 상상하기도 싫을 정도로 끔찍할 수밖에 없다. 곧바로 붕괴되지 않았더라도 10도, 20도로 기우는 건물 안에 갇힌 어린이들이 어떻게 긴박한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었겠나 싶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낙연 총리의 질타에 답이 있다.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안전문제에는 모든 주체가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 구청 담당자가 아무 생각 없이 찍은 도장 하나가 심각한 사고를 초래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도장 하나에 내 아들딸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돼 있다는 노심초사의 마음으로. 학교와 유치원은 국가안전대진단 전수조사 대상이라 매년 점검을 받는데 상도유치원은 올초 무사히 통과했다. 전문가들의 붕괴 경고가 담긴 의견서가 제출됐는데도 벌어진 일이다. 구청이 허위공문서까지 작성한 사실도 드러났다. 단계마다 관계자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 사고 요인은 이렇게 일상적으로 누적돼왔다. 100% 완벽해야 할 검역에도 여기저기 구멍이 있었다. 보건 당국은 확진자가 탄 택시를 기사에게 셀프 소독시켜 논란이다. 문제 비행기의 외국인 승무원을 아무 생각 없이 다중 시설인 호텔에 머물도록 방치했다. 뒤늦게 의심환자 대상에 설사·근육통까지 포함시켰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항목별로 지수화해 대상을 관리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불운은 방심할 때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 ‘아무 일 없을 거야’라는 방심의 실체는 당국의 무능, 안이함, 불감증, 사리사욕과 다름없다. 다른 말로 하면 인재(人災)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운에 의존하는 정부에 더 이상 맡길 수는 없다.

jupiter@munhwa.com
e-mail 김상협 기자 / 사회부 / 부장 김상협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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