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원찬 교수의 중국어와 중국 문화>美·中 충돌속 한국의 현명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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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미국과 중국이 끊임없이 대립하고 있다. 미·중 무역의 경제, 대만의 외교, 남중국해의 국방까지 거의 전방위적인 정면충돌 양상이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은 중국을 애써 과대평가하고, 중국은 애써 몸을 사리던 양상이었다. 미국은 중국의 성장을 지렛대 삼아 이득을 취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중국의 시진핑(習近平)은 국내 정치적 원인 등으로 중국의 힘을 과시하려는 전략을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등장하면서 힘 대 힘의 대결 양상이 되었다. 중국은 그동안 국내적으로 기대감을 높여 왔기 때문에 쉽게 물러날 수 없는 형편이다. 따라서 양국 간 대결은 계속되고 있다.

문제는 우리 대한민국이다. 한국 입장에서 두 강대국의 대립은 반가울 게 없다. 한국은 국방과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양국과 얽혀 있고, 특히 여기에 북한 문제까지 겹쳐져 매우 복잡한 상황이다. 여러 가지 주장이 대두되고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어느 한쪽에도 등을 돌릴 수 없는 처지라는 것이다. 비록 예전보단 힘이 빠졌지만 여전히 강대국인 미국과 하루가 다르게 강대국의 면모를 갖춰가는 중국, 두 고래 사이에 낀 한국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골치 아픈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이럴 때 역사에서 배운다. 한국의 역사에서 주화파와 주전파의 대립을 얘기하면 보통 최명길과 김상헌을 자주 거론한다. 책과 영화로 유명한 ‘남한산성’은 1636년 벌어진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나라의 명운을 앞에 두고 목숨을 걸고 싸우는 두 세력의 대립을 그린다. 그래서 현재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들을 끌어들여 논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는 잘못된 비유다.

지금 상황은 인조반정(1623) 이전의 역사를 살펴봐야 한다. 심지어 1627년의 정묘호란이 일어났을 때 조선과 후금은 형제국의 조약을 맺었다. 상대적으로 우리에게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는 의미다. 철저한 사대주의 노선을 견지하던 서인은 광해군의 명과 후금 사이 균형외교에 반대했고, 결국 광해군을 몰아냈다. 앞서 말한 최명길이나 김상헌은 모두 서인이다. 그래서 잘못된 비유인 것이다.

임진왜란이 1592년에 있었으나 병자호란이 벌어졌을 때도 조선은 여전히 전쟁의 후유증을 겪고 있었다. 당연히 외국과의 전쟁은 힘든 일이었다. 그렇다고 임진왜란이 끝나고 이를 교훈 삼아 국방에 힘을 쏟은 것도 아니다. 오로지 명나라만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흘러 명나라의 국력이 쇠약해지고, 후금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이 사이에서 당연히 중립적인 실리외교를 펼쳐야 했다.

광해군은 명나라의 요청에 못 이겨 원군을 파견하면서도 후금을 자극하지 않으려고 직접적인 전투는 피했다. 양국 모두와 마찰을 피하고자 했다. 하지만 서인은 이에 대해 불만이었고, 오로지 대국만을 바라봤다. 이것이 인조반정의 명분이기도 했다. 그들은 대국이 조선의 운명보다 중요했던 것이다. 후금의 사신을 오랑캐라고 무시하고 위협까지 가하다 결국 역사적 치욕을 당하고 만다.

미·중 마찰이 쉽게 끝나지 않을 듯하다. 이럴 때는 친미파, 친중파 모두 필요하다. 그들이 서로 의견을 내 소통하고 뜻을 나눠야 한다. 다만 중심은 언제나 한국이어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이 그들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처럼 말이다. 외교에선 누구도 믿어서는 안 되고, 누구와도 척지지 말아야 한다. 미국이나 중국 모두 말이다. 시대가 서인의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기대한다.

한양대 인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