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조회수!… 방송, 공식이 변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 tvN ‘유 퀴즈…’·KBS2 ‘오늘의…’·MBN ‘마성의…’ 비교해보니

최근 동시간대 시작한 세 프로
시청률은‘오늘의’가 1위 차지
조회수 ‘마성의…’가 3배 많아
시청률로 순위 평가 의미 없어

광고수주 기준도 예전과 달라
SNS·포털 호응도가 매출 좌우
콘텐츠 판매로 해외 수익 창출
“시청률에 갇혀 자만하면 큰코”

“시청률 지상주의는 끝났다.” 방송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지상파 3사만 경쟁하던 시절에는 시청률이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절대 기준이었다. 하지만 케이블채널에 이어 종합편성채널(종편)이 시청률을 나눠 가지며 ‘도토리 키재기’ 경쟁이 돼버렸다. 또한 VOD를 통한 시청, SNS 파급력이 커지며 더 이상 시청률로 콘텐츠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주장이 커지고 있다. 9월 초 비슷한 시기에 시작된 지상파, 케이블채널, 종편 콘텐츠의 시청률과 포털사이트를 기반으로 한 SNS 반응 등을 비교해봤다.

◇시청률은 지상파가 1등, 체감지수는 글쎄 = 지난 8월 29일 첫선을 보인 방송인 유재석의 신작인 tvN ‘유 퀴즈 온더 블럭’과 9월 5일 나란히 시작된 KBS 2TV 수목극 ‘오늘의 탐정’과 드라맥스·MBN ‘마성의 기쁨’. 수요일 밤 10∼12시 사이에 방송되는 세 프로그램 중 ‘오늘의 탐정’의 시청률이 가장 높다. 3.7%로 시작한 후 12일 방송 분량의 시청률은 3.6%였다. 반면 같은 날 전파를 탄 ‘유 퀴즈 온더 블럭’과 ‘마성의 기쁨’의 시청률은 각각 1.8%, 1.5%였다. 시청률 조사기관 닐슨코리아 기준으로 시청률 측정기구인 피플미터를 설치한 가구들은 ‘오늘의 탐정’ 본방송을 가장 많이 봤다는 의미다.

하지만 오픈서베이 조사 기준 지난 1월 시장점유율 75.2%를 차지하고 있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으로 보면 세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달라진다. 예고편, 하이라이트 영상 등 프로그램에 대한 각종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TV 내 ‘오늘의 탐정’ 구독자 수는 5151명(이하 17일 오전 9시 기준)이다. 그동안 공급된 콘텐츠를 재생한 횟수는 약 76만 건이다.

반면 같은 날 방송을 시작한 ‘마성의 기쁨’의 채널 구독자 수는 9636명, 콘텐츠 누적 재생 횟수는 220만 건으로 ‘오늘의 탐정’의 3배에 이른다. 앞서 방송된 MBN 드라마 ‘리치맨’과 ‘마녀의 사랑’이 종방 때까지 각각 155만, 126만 건에 그친 것을 고려하면 이제 불과 4회까지 방송된 ‘마성의 기쁨’의 온라인상에서의 영향력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유 퀴즈 온더 블럭’ 역시 네이버 기준 전체 재생수가 85만 건으로 ‘오늘의 탐정’에 앞선다. (구독자 수는 3252명) 게다가 ‘국민 MC’라 불리는 유재석이 진행을 맡은 신규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관련 모니터 기사가 쏟아지고, 방송 중 제시된 퀴즈의 정답과 관련된 키워드가 수시로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단을 장식한다. ‘마성의 기쁨’ 일본 판권을 구매한 제이하모이 김형준 대표는 “해외에서는 한국의 시청률은 큰 의미가 없다. 그보다는 SNS를 기반으로 움직이는 해외 팬들의 반응이 더 중요하다”며 “이런 반응을 체크하며 주연 배우들의 현지 프로모션 규모도 정하기 때문에 시청률 수치보다는 SNS상의 체감 시청률을 더 중시한다”고 말했다.

◇시청률≠광고 수주 = 방송가가 그동안 시청률에 목을 맨 이유는 무엇일까? 수익의 원천인 광고 수주의 기준이 시청률이었기 때문이다. 시청률과 광고 수주는 비례했다. 하지만 오후 7∼8시에 방송되는 지상파 일일드라마들은 15% 안팎의 시청률을 기록해도 광고주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대중이 열광하는 스타들이 등장하지 않고, 포털사이트나 SNS상에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며 이를 구매로 연결짓는 실질적 소비자들의 호응이 적기 때문이다.

방송사와 제작사의 수익 루트도 달라졌다. 본방송의 앞뒤에 붙는 광고는 이미 케이블, 종편과 파이를 나눠 가지며 지상파의 영향력이 약화됐다. 반면 포털사이트와 SNS 등에 유통되는 3∼5분 분량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붙는 광고와 각 콘텐츠의 IP(지적재산권)를 활용해 해외 판매 등 새로운 수익 통로를 창출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TV보다는 스마트폰과 PC 등을 활용해 VOD를 보며 적극적으로 맞춤형 콘텐츠를 소비하는 10∼20대들을 끌어들여 조회수를 올려야 한다. 한 지상파 드라마국 PD는 “몸값 비싼 톱스타를 쓰는 건, 그들을 보기 위해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팬들을 붙잡기 위함”이라며 “여전히 시청률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지상파가 시청률 프레임에 갇혀서 자만하다가는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