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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7일(月)
또 용두사미 되는 지방분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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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권 전국부장

대통령 소속 자치분권위원회는 지난 11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주민 발안·소환 등 주민주권 구현과 중앙권한의 획기적 지방 이양 등을 담은 ‘자치분권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자치분권위는 이번 발표를 계기로 지난 5월 국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제출한 개헌안이 의결정족수 부족으로 폐기된 이후 동력을 상실한 지방분권 이슈에 불이 붙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분권을 요구해 온 지방자치단체의 반응은 되레 싸늘하다. 자치분권지방정부협의회(회장 문석진 서울 서대문구청장)는 “중앙정부의 부처 이기주의가 대통령의 강력한 분권 의지마저 집어삼킨 게 아닌지, 과연 자치분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지 무척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종합 계획안이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10월 내놓은 ‘자치분권 로드맵’에서 더 나아간 내용이 없는 데다 지방분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분권형 개헌 내용이 모두 빠졌기 때문이다.

지자체 사이에선 문 대통령이 공약한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이 실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자치분권과 더불어 지방분권의 양대 축 중 하나인 재정분권 계획안이 이번에 빠진 것은 곳간 열쇠를 내놓지 않으려는 중앙부처의 기득권 고수 때문이라고 지자체들은 보고 있다. 지방분권위는 지난 4월 청와대에 재정분권 권고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현행 8 대 2 수준인 국세와 지방세 비율을 6 대 4 수준까지 조정하는 지방세 증액 방법을 놓고 기획재정부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이를 조율해야 할 청와대는 손을 놓고 무관심과 방관으로 일관하고 있다는 게 지자체의 생각이다. 더딘 지방분권 추진에 대한 실망감은 지자체 외면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6∼8일 대전에서 열린 ‘2018 대한민국 균형발전박람회’ 개막식에 주관인 허태정 대전시장을 제외한 16개 광역단체장 전원이 불참했다.

지방분권 정책이 제자리걸음을 하는 사이 지자체 간 갈등의 골은 깊어가고 있다. 인구 100만 명이 넘는 경기 수원·용인·고양시와 경남 창원시 등 거대 기초자치단체들은 자체 행·재정 자치권을 확보하고, 광역자치단체를 거치지 않고 중앙정부와 직접 행정 업무 조정이 가능한 특례시 지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거대 기초도시가 이탈할 경우 행·재정 타격이 불가피한 경기도와 경남도는 “지방분권이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특례시를 만들면 중소 도시와 군 지역은 완전히 버려지는 상황이 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경기 성남시장일 때 특례시 찬성 입장이었다가 경기지사가 된 뒤 반대 입장으로 돌아선 이재명 경기지사의 모습이 지방분권이 처한 현재 상황이다.

이번 자치분권 종합계획이 시행되려면 15개 법률을 포함한 23개 법령이 제·개정 돼야 한다. 이번에 제외된 재정분권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세의 11%인 현행 지방소비세율을 올리고, 소득세율의 10%에 해당하는 지방소득세에 대한 이견이 조율돼야 한다. 산 넘어 산이다. 지방분권이 첫발을 내딛기 위해서는 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 중앙 관료의 저항과 이기주의에 맞서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국회를 설득해야 한다. 그러지 않는다면 지방분권은 용두사미가 되거나 폐기 1호 공약이 될 공산이 크다.

ybk@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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