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총 겨누면 협상 안해”… 무역전쟁 美에 역공

美‘협상제안·관세’양면전략에
中 강경 대응 입장으로 돌아서
무역회담 취소할 가능성 커져

美 추가관세 실행땐 맞불 고려
보복관세·수출규제 등 나설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협상과 함께 2000억 달러(약 224조 원)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하는 등 양면 전략을 구사하자 중국이 협상 취소 검토라는 강공책으로 나서고 있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이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상황에서 협상에 응할 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중국은 미국이 추가 관세 부과 카드를 실제로 실행할 경우 보복 관세 부과는 물론 중국 부품 수출을 제한하는 사실상 비관세 조치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17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홍콩 언론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중국에 무역협상 재개를 제안하면서 추가로 ‘관세 폭탄’을 부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이 협상 취소 카드를 흔들며 강경한 분위기로 돌아서고 있다. WSJ는 중국 지도부에 무역 관련 문제를 조언하는 복수의 중국 고위급 관계자들을 인용해 “미국이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나서려고 하면서 중국도 무역협상 제안을 거부하는 쪽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의 고위 당국자는 “중국은 머리에 총이 겨눠진 상황에서는 상대방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중국은 미국 제조업계의 공급 체인에 직접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원재료나 장비 등의 대미 수출을 규제하는 방식으로 반격에 나서는 방안도 고심하고 있다고 WSJ는 밝혔다. 러우지웨이(樓繼偉) 전 중국 재정부장은 “미국에 대해 보복 관세와 함께 ‘수출 규제’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컨대, 중국에서 아이폰을 제작하고 있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 애플에 부품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의 이 같은 강공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가 조만간 중국산 수입품에 대규모 추가 관세를 부과하게 되면 협상의 여지는 더욱 축소되고 미국과의 무역전쟁은 장기화할 수밖에 없다. 특히 이 과정에서 피해가 커지고 있는 중국의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더 큰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도 대중국 추가 관세 부과에 대해 강경론과 온건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WSJ는 “한편으로는 대화를 제안하고 다른 한편으로 관세 부과를 압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트럼프 행정부 내부의 분열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중국에 대한 압박과 미국 내 소비자들의 우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려고 하고 있고, 추가 관세 부과 시 25%가 아닌 10%로 낮추려는 움직임이 그 증거라고 신문은 전했다. 하지만 관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와 의지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론에 기울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미국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분쟁에서 미국이 우위에 있다고 느끼고 있으며, 만약 외교와 관세가 충돌한다면 그는 관세를 택할 것”이라고 전했다.

베이징 = 김충남 특파원 utopian21@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