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피해구제 확대… 기업은 “위헌소지”

박상기 법무 “집단소송제 확대”

BMW 화재 등 의식 강행 의지
기업 과도한 부담 유발 가능성
헌법상 비례성 원칙 훼손 우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이 17일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면서 법제화가 가시권에 접어들었다. 최근 BMW 사태 등에 따라 다수의 소비자 피해에 대한 실효적인 구제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급등했기 때문으로 풀이되지만, 재계가 위헌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크게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처벌 체계를 전반적으로 보완하지 않고 집단소송제만 확대하면 기업에는 과징금, 형사 처벌, 민사 처벌 등 과도한 부담을 유발한다는 우려다.

박 장관은 이날 제조물책임·담합·재판매가격 유지행위·부당 표시 광고행위·금융소비자보호·개인정보보호·금융투자상품·위해식품 등 향후 집단소송제가 도입될 유형을 일일이 언급했다. 여기엔 최근 문제가 불거진 BMW 연쇄 화재 사고, 신용카드 개인정보 유출, 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이 모두 포함됐다. 앞서 공정거래위원회도 기존에 증권 분야에만 시행됐던 집단소송제를 제조물책임법, 담합, 표시광고법 등에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하다. 현재 국회에도 집단소송제와 관련한 법안 9건이 계류 중이다. 법무부 관계자는 “소비자 피해 분야를 망라한 것”이라면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법무부가 팔을 걷어붙였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이 참석한 이날 집단소송제 확대 도입을 위한 현장간담회에는 BMW 사태 피해자 등 실제 피해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와 한국소비단체협의회, 한국소비자단체연맹 등 소비자단체 관계자들도 적극적인 소비자 피해 구제 필요성에 한목소리를 냈다.

반면 재계가 위헌 가능성까지 언급한 대목은 향후 치열한 논쟁을 예고하고 있다. 행정 처벌·형사 처벌 등을 통한 국가 개입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집단소송제까지 도입하면 헌법상 비례 원칙을 훼손하고 기업에 부담을 주게 된다는 이유에서다. 유정주 한국경제연구원 기업혁신팀장은 “위법한 사항에 대한 처벌은 당연하지만 잘못한 것에 비해 과도하게 처벌하는 경우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으므로 법체계 전체를 놓고 도입 여부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팀장은 “집단소송제도 활용이 활발한 미국은 국가 개입보다는 사인 간 분쟁 해결의 전통이 강한 나라인 반면, 국가 개입의 전통을 가진 유럽연합(EU) 등은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도입하지 않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정우 기자, 이관범 기자 krust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