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별 예산 매년 수천억씩 남아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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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성·집행 비효율성 심각

서울 3兆대 - 경기 2兆대 이월
인천·제주·대구도 1兆 넘어

공무원 업무 소홀히 한 탓도
연말‘묻지마 예산 집행’우려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 예산이 매년 수천억 원씩 사용되지 않아 다음 회계연도로 이월되는 등 예산 편성·집행 체계의 비효율성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각 광역지자체 2017년 결산에 따르면 제주도와 인천시, 대구시, 경기도의 경우 2017년 예산이 1조 원 넘게 남아 2018년 예산으로 이월 편입하거나 국고로 반납됐다. 이월(잉여)금이 1조 원이 넘은 자치단체는 경기도(2조5574억 원)와 인천시(1조5652억 원), 제주도(1조520억 원), 대구시(1조270억 원) 등이다. 특히 제주도는 지난 2015년부터 최근 3년간 이월금이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제주도 한 해 예산 규모가 5조 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20%가량의 예산이 사용되지 못하고 이듬해 예산으로 넘어간 셈이다. 전북도의 경우 2017년 예산 중 3099억 원이 2018년으로 이월된 것으로 알려졌다. 2017년 전북도 예산은 6조 원 정도로, 5%가량이 2018년으로 넘어간 것이다.

시도별로 살림살이 규모가 달라 이월금 규모로만 평가할 수는 없지만, 이월·잉여금이 전체 예산의 5%를 넘거나 1조 원 이상 남아도는 예산편성은 비효율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예산 전문가는 “사업 추진 일정과 비용 등을 꼼꼼히 따지지 않고 일단 예산부터 확보하고 보자는 심리가 퍼져 있다”며 “연말에 이월액을 줄이기 위해 묻지 마 식 예산 집행이 진행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제주도 의회 관계자는 “전체 예산 5조 원 가운데 예산이 1조 원 이상 남아 있다는 것은 공무원들이 일을 안 한 거나 마찬가지”라며 “남아도는 예산을 상하수도 유수율 제고, 쓰레기 처리 해소, 주차장 확대, 장기 미집행 도시계획시설 중 공원 부지 매입 등 시급한 현안에 우선적으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주도 관계자는 “내년 예산편성부터 신규 사업 등을 적극 발굴해 예산의 효율성을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제주·전주 = 박팔령 기자 park80@munhwa.com, 전국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