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非核化 빠진 경협 약속땐 최악의 상황 벌어질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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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전문가 제언

관심 돌리기용 종전선언 우려
핵무기 정당화 근거될 가능성

종전선언-핵현황 맞교환 통해
현재의 교착상태 타개 전망도

미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들은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없이 남북 경제 협력만을 약속하는 것으로 끝날 경우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큰 종전선언은 북한이 핵에 모인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고, 핵 보유를 정당화시킬 수 있는 사안인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17일 문화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이 한·미를 이간질하려는 고전적인 전략을 추구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있다”며 “문 대통령은 경제적 당근을 흔들 수는 있지만, 김정은에게 핵무기 해체의 구체적인 조치를 해야만 경제적 혜택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을 설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종전선언은 전체 핵무기와 핵시설, 핵물질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신고하고 조사를 받겠다는 북한의 선언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매닝 연구원은 남북정상회담 결과와 관련, “북한 비핵화 조치에 맞물려 안전보장과 경제적 혜택의 인텐시브를 주기로 합의하면 가장 좋은 결론”이라며 “그러나 남북 화해를 비핵화 조치 없이 진행할 경우 최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기업인들을 동행시킨 목적이 김정은에게 대규모 경제투자 가능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면 괜찮지만, 비핵화가 없는 상황에서 경제협력이나 투자를 심화하기 위한 것이라면 위험한 실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이 유엔 제재하에서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 조치 없이 남북 협력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해리 카자니스 미 국가이익센터 소장은 북한이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미국과의 협상 교착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핵·미사일 신고 등 구체적인 비핵화 약속을 내놓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카자니스 소장은 “많은 전문가가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사진 찍는 것 외에 나올 것이 없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현재 교착 상태를 타개할 가능성도 있다”며 “나는 김 위원장이 핵무기 프로그램과 관련해 양보안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한 스티븐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표가 문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의 대가로 미국이 받아들일 만한 것을 설명했을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미국의 향후 타깃이 될 수 있는 핵무기의 정확한 위치는 알려주지는 않겠지만, 종전선언과의 교환을 위해 핵·미사일 보유 현황을 내놓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카지니스 소장은 이어 “무역 전쟁으로 중국이 더 이상 최대의 압박을 하지 않을 것이고 중간 선거에서 공화당이 의회 지배권을 잃을 수도 있다”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대한 승리가 필요한데, 승리는 오직 한 가지 한국전쟁을 끝내는 종전선언”이라면서 남북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이 구체화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하지만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이 논의되는 것은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것이라는 경고도 나왔다. 정 박 브루킹스연구소 한국 석좌는 트위터에 남북정상회담 관련 사진과 함께 “반짝이는 목표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며 “김정은이 왜 종전선언을 원하는지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고 밝혔다. 그는 이날 브루킹스연구소에 게재한 글에서 “북한은 과거에도 핵 문제에 쏠린 관심을 흩트리기 위해 평화 대화 전략을 썼다”며 “설익은 종전선언은 심각한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제재나 한미 연합 훈련 재개 시 미국의 적대적 행동을 이유로 북한이 핵이나 탄도미사일 시험을 정당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김석 특파원 su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