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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뉴스와 시각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8일(火)
‘재앙적 성공’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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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영 정치부 차장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북한 평양에 도착했다. 남한의 현직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한 것은 2000년 김대중 대통령, 2007년 노무현 대통령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특히 문 대통령이 올해 들어서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3번이나 만나면서 일각에서 남북 정상 간에 ‘셔틀외교’가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섣부른 기대로 들리지만, 한반도가 올해 역사적 대전환의 기회를 맞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기회는 기회다. 성과를 얻어야만 ‘통일 초석’이라는 역사적 업적(레거시)을 남길 수 있다. 전문가들이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다소 낙관적으로 전망하면서도 장기적 차원의 북핵 협상에는 우려를 표하고 있는 이유다. 최근 방한한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배리 파벨 수석부회장은 기자와 만나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핵 협상 시나리오를 크게 3가지로 전망했다. 첫 번째 시나리오는 미·북 비핵화 협상이 장기화하는 ‘현상 유지’다. 두 번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밝혔던 ‘화염과 분노(Fire and Fury)’로 대변되는, 한반도 긴장 국면의 재연이다.

파벨 부회장이 전망한 마지막 시나리오는 북한이 핵시설 신고나 핵 동결·폐기 등 일부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취하고, 미국이 이에 상응해 남·북·미(·중) 종전선언에 합의하는 것이다. 파벨 부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재앙적 성공(catastrophic success)’이라고 명명했다. 미·북이 각각 원하는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는 점에서 일견 ‘성공’으로 비칠 수 있지만, 한·미 동맹의 근간인 한미연합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이라는 ‘지옥의 문’을 여는 격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이 오는 20일까지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서 이 ‘재앙적 성공’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미·북 협상 중재역을 자처한 데다, 남북 경제협력사업 등을 위해서는 미·북 관계 진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에게 열려 있는 ‘시간의 창’도 길지 않다. 밥 우드워드의 저서 ‘공포:백악관의 트럼프’ 발간 이후 정치적 수세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까지는 외부에서 ‘호재’를 찾을 가능성이 크다. 문 대통령으로서는 이래저래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북으로부터 모두 양보를 얻어내고자 하는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 대통령이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대로 이 양보는 ‘되돌릴 수 없는’ 것이어야만 한다. 문 대통령이 미·북 간 근본적 입장 차를 해소하지 못한 채 봉합만 한다면 이는 장기적 차원에서는 ‘성공’보다 ‘재앙’에 더 가까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이 단 1개의 핵무기를 폐기한다고 약속했을 때 “나는 전임 행정부가 못한 것을 해냈다”고 홍보하더라도 여기에 현혹돼서는 안 되는 게 한반도 운명을 책임지는 대통령의 의무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공개적 비핵화 약속을 끌어내야 한다. 최소한 김 위원장이 비핵화 의지를 직접 육성으로 확인해줘야 미·북 간에 현재 가장 절실한 ‘신뢰 구축’이 시작되지 않겠는가.

boyoung22@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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