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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후여담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18일(火)
진정한 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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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수 조사팀장

명당(明堂)은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인간의 운명을 바꿀 수 있을까.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바뀌면서 관심이 줄고 있지만, 인공지능(AI)시대인 지금도 명당에 대한 욕심은 상당하다. 명당의 기본인 풍수지리는 땅의 기운을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 짓는 이론으로, 원래 도읍지를 결정하거나 절터나 집터를 잡는 양택(陽宅)이 주류였다. 조선 태조 이성계가 한양을 새 도읍지로 정한 것 역시 풍수지리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조상의 묫자리를 잘 쓰면 후손이 복 받는다는 설을 믿으면서 후기로 갈수록 음택(陰宅) 수요가 늘어났다.

조상의 묫자리 분쟁으로 무려 400년 가까이 쟁송을 벌인 집안도 있다. 파평 윤씨와 청송 심씨 가문이다. 1614년에 시작된 두 가문의 갈등은 조선 시대 임금들도 풀지 못했다. 2007년 윤씨 가문이 이장에 필요한 땅을 제공하고, 심씨 가문이 이장에 합의하면서 끝이 났다. 당시 CNN에서도 보도할 정도로 큰 논쟁거리였다. 명당은 특히 권력자들에게 관심이 많았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연이어 대선에 실패하자 유명한 지관으로부터 명당을 소개받아 부모 묘를 용인으로 이장했다. 거주지도 33년간 살았던 동교동을 떠나 일산으로 이사했다. ‘명당 효과’였을까. 조상 묘를 옮기고 2년여 후 마침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무렵 김종필 자민련 총재,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등도 조상 묘를 이장했으나 결과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한국국학진흥원이 최근 웹진 ‘담(談)’ 9월호에 소개한 명당을 둘러싼 조선 시대 이야기가 흥미롭다. 그 당시에도 묘지를 둘러싼 분쟁이 많았다. 명당에 자기 조상 무덤을 쓰고 싶은 욕심에 남의 땅에 몰래 시신을 묻는 투장(偸葬)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조선 후기 전주지역의 한 지방관이 재미있는 조사를 했다. 지관들을 불러 전주 지역 땅을 명당과 나쁜 땅으로 분류하게 한 뒤, 후손들의 삶을 추적했다. 결과는 명당에 모셔도 망한 후손이 있고, 흉지에 모셔도 잘된 자손이 있었다.

추석을 앞두고 19일 개봉하는 영화 ‘명당’도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인간들의 탐욕을 그렸다. 한가위 연휴에 연세 많은 친척이 모이면 산소와 벌초 얘기가 단골 소재로 빠지지 않는다. 멀리 떨어져 살던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함께 차례를 지내고 오손도손 덕담을 나누는 자리가 바로 진정한 명당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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