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서민 ‘주택 사다리’ 걷어찰 위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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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

지난주 정부가 발표한 9·13 주택시장 안정대책은, 관계 부처가 합동으로 작성한 21쪽짜리 대책 문건에 ‘투기’라는 단어가 23번이나 등장할 정도로, 투기에 대해 강도 높은 대책이다.

이 문건의 최근 주택시장 평가 부분을 보면 ‘매물 부족 상황에서 투기 수요 등이 가세하여 시장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적절한 진단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러한 매물 부족 상황이 왜 발생했는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 KB에서 조사하는 지수를 살펴보면, 지난해 8·2 대책이 나오기 직전인 1∼7월 서울 및 강남 아파트는 각각 2.22%, 2.67% 올랐다. 장기평균치를 고려하면 아주 높은 수준은 아니었다. 그러나 8·2 대책이 나온 이후인 지난해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1년간 상승률은 8.71%, 14.01%를 기록했다. 정부가 강력한 대책을 쉴 새 없이 쏟아냈는데도 주택 가격은 폭등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와 반강제적인 임대사업자 등록 때문에 지금 시장에는 매물이 씨가 말랐고, 재건축 규제 강화와 초과이익 환수로 인해 중장기적으로도 공급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금융위기 극복 과정에서 풀린 1100조 원이 넘는 부동자금과 지방 수요까지 가세해 지금 같은 폭등 상황이 벌어졌다. 국민을 위한 선의의 대책에 대해 의심할 여지는 없겠으나, 일련의 대책 때문에 시장이 더 꼬인 건 아닌지 반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대책에서도 정부는 그 기조를 유지 또는 강화하고 있어, 시장 불안이 잘 해소될지 의심스럽다. 이번엔 다주택자뿐 아니라, 고가주택에 대해서도 종부세를 더 걷기로 해서 시장이 반응이 어떨지 걱정된다.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보유세 인상 시 일회적인 가격 조정은 있으나 시장 안정에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그렇다. 오랜 기간 집 한 채만 보유한 고령층에 이런 부담을 추가로 지우는 게 맞는지도 고민이다.

대출 규제는 지금도 강력한데 추가로 규제를 강화한 점과 전세자금에까지 규제를 강화한 것은 조금 걱정스럽다. 주택담보대출의 절반 정도와 전세자금대출의 상당 부분이 생계형 대출로 파악되는데, 일부 소수 투기꾼을 잡는다는 명분으로 규제를 강화하면 서민들이 피해를 보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번에 포함된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 축소도 일부 투기 세력을 규제해야 한다는 명분은 십분 공감하나, 이들을 포함한 다주택자가 임대주택의 대부분을 공급한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임대주택 공급 축소가 걱정된다. 이들이 투자를 줄이게 되면 임대주택 공급도 줄어들고, 이로 인해 전월세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주택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건설 경기 위축과 저성장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서민들 생활고는 더욱 가중될 것이다. 그나마 시장에서 기대를 거는 부문은 공급 부분이다. 정부가 오는 21일 공급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한다. 도심 내 그린벨트 등 규제 완화와 공공택지를 통해 공급을 확대하겠다는 것인데, 계획대로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세운 시장 안정이라는 목표에 대해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진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몇몇 투기꾼을 잡기 위해 청년·서민층이 피해를 보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이들이 각자의 보금자리를 만들고, 자산을 축적해 중산층으로 그리고 더 높은 계층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서 거리로 내모는 일은 없도록 정책을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