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사수하려는 서울시, ‘용적률 상향’ 카드 꺼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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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심 유휴부지 개발 6만호 공급 계획… 국토부와 조율

상업지역 주거비율 80%→90%
준주거지역 용적률 500%로 ↑
정부 계획안 5만호 보다 많아

옛성동구치소 부지 등 20곳 물망

주택공급 확대를 위한 그린벨트 해제 여부를 놓고 정부와 줄다리기 중인 서울시가 용적률 상향 카드를 꺼내 들었다. 상업지역 내 주거비율을 기존 80%에서 90%로, 준주거지역 용적률을 400%에서 500%로 각각 올려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정부가 서울 지역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하려는 5만 호보다 많은 6만 호 이상을 공급하고, 대신 그린벨트는 사수하겠다는 것이다. 서울시의 새로운 카드를 받아든 국토교통부의 수용 여부가 주목된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도심 내 유휴 부지를 택지로 개발해 6만 호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마련, 국토부와 조율하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옛 성동구치소 부지, 구로구 철도차량 기지, 용산구 철도정비창, 노원구 창동 차량 기지 등 20여 곳이 후보지로 꼽히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정부 계획보다 많은 주택 공급을 위해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용적률 상향 계획을 포함시켰다. 상업지역 주거비율과 용적률을 높이기 위해선 도시계획 조례를 개정해 통과시켜야 한다.

시가 용적률 상향과 도심 유휴 부지 내 규제완화 카드를 꺼낸 것은 신속하게 많은 주택 물량을 공급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토부의 그린벨트 해제 압박을 피하는 방법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 단지를 조성할 경우 인허가 절차 진행과 도시 기반시설을 새롭게 만들어 정착하는 데에 5∼6년이 걸린다. 하지만 서울시 제안을 국토부에서 받아들일 경우 훨씬 이른 시일 안에 주택 공급이 가능하고, 이미 자리 잡힌 교통체계와 공공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심형석 리얼티뱅크부동산연구소장은 “서울시 대책이 그나마 빨리 시행될 수 있는 공급 대책”이라며 “시장에 거래가 가능한 물량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부동산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시는 이번 제안을 통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시는 ‘미래 세대를 위한 최후의 보루로서 마지막까지 고민해야 할 영역’이라며 그린벨트 해제를 요구하는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 방안이 확정되면 정부의 애초 계획보다 주택을 훨씬 많이 공급할 수 있다”며 “부작용이 예상되는 그린벨트 해제보다 공급량을 단시간에 효과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노기섭 기자 mac4g@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