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불개미 방역 체계 ‘구멍’… 석재는 검역 대상서 빠져있었다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7번째로 붉은불개미가 발견된 18일 대구 북구 매천동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환경 당국 관계자가 조경용 중국산 석재에서 포집한 붉은불개미 개체를 보여주고 있다. ●

흙·나무 통한 유입 대비 안해
추석연휴기간 국내 확산 비상

항만이 아닌 내륙에서 처음 발견된 붉은 불개미(독성개미)가 세척되지 않은 석재에 묻은 흙이나 나무뿌리를 통해 국내로 유입될 개연성이 충분했는데도 정작 검역대상에서 빠져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석재가 식물검역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에서였다. 정부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방역에 비상이 걸린 상태에서 뒤늦게 석재를 식물검역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19일 “관련 기관들과 협조해 공백을 최소화하겠다”고 말했다.

붉은 불개미는 지난 17일 신고 당시 일개미 7마리만 발견됐지만, 이후 추가 현장조사에서는 번식에 필요한 여왕개미와 공주개미(여왕개미가 되기 이전의 미수정 암개미), 수개미 등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석재를 옮긴 트럭 11대는 약 1주일간 소독 등의 방역 조처 없이 도심 등을 활보한 것으로 나타나 추가 확산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다. 붉은 불개미가 나온 중국산 석재는 중국 광저우(廣州)에서 출발한 8대의 컨테이너에 적재돼 지난 7일 부산에 입항했다. 해당 석재는 이튿날 부산 감만부두로 옮겨져 10~11일 컨테이너에서 개장된 뒤 화물차에 실려 대구로 옮겨졌다. 환경부 관계자는 “하역 후 곧바로 대구 북구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이동했으며 발견장소로 이동한 지 1주일밖에 되지 않아 결혼비행(교미를 위한 비행)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석재를 검역대상에 포함하기로 했지만, 외래 병해충이 항만에서 발견되면 농림축산검역본부, 항만 밖에서 발견되면 환경부가 현장을 담당하는 이원화 체제는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앞서 방역 당국은 대구 아파트 건설현장의 중국산 석재에서 붉은 불개미 7마리를 발견한 데 이어 밀봉해 뒀던 석재에서 여왕 붉은 불개미 1마리, 공주개미 2마리, 수개미 30마리, 번데기 27개, 일개미(번식 능력이 없는 암컷) 770마리 등 830마리를 추가로 발견했다. 현장조사는 건설현장 관계자가 붉은 불개미 의심 개체를 신고하면서 이뤄졌다.

이해완 기자 paras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