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 천재 지관 조승우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불편하지만…좋은 영향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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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옛날부터 조인성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멋있을 배우, 한국의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같은 배우라고 생각했다. 특유의 소년 미(美)가 있으면서도 섹시함이 공존하는 배우. 아우라가 있다.”

추석에 맞붙을 경쟁작 ‘안시성’(감독 김광식)에 출연한 조인성에게 찬사라니. 그것도 의례적인 ‘덕담’ 수준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이야기였다.

조승우(사진)는 그런 배우다. 질문을 받으면 한 템포 숨을 고르고 답한다. 머릿속에서 솔직하면서도 적절한 답을 찾는 중이다. 느릿느릿하지만 허투루 하는 법이 없다. “그저 무대 배우가 되고 싶어 연기를 시작한 것처럼” 그는 연기 잘하는 선후배, 동료 배우를 존경하고 자신도 늘 “관객에게 뭔가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배우”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명당’(감독 박희곤)은 그에게 알맞은 선택이었다. “요즘 현대극보다는 사극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데 사극에서도 풍수지리라는 소재를 다루면서 깊숙이 들어간 이야기가 좋았다. 어느 정도 상상력을 동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천재 지관 박재상은 조승우의 도전 정신을 자극한 캐릭터다. 박재상은 감정의 변화가 심하지 않아서 자칫하면 평면적인 캐릭터에 그칠 수 있다. 지성이 연기한 흥선대원군이 자신의 욕망을 숨기다가 폭발적으로 터뜨리는 것에 비해 밋밋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조승우는 박재상이야말로 이 영화에 꼭 필요한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모자라도, 지나쳐도 안 되는 적정한 에너지를 찾는 게 중요했다. 보시기에 따라서 박재상은 존재감이 떨어지지 않나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대립적 상황을 받쳐주는 인물이고 정적인 모습 안에 강인함이 있어 좋았다.”

극을 이끄는 두 주인공 박재상과 흥선대원군에 대해 조승우는 이런 비유를 썼다. “지성이 형이 전천후 플레이어 박지성이라면 저는 지난 아시안게임 축구에서 인상 깊게 본 김진야 선수다. 팀에 헌신하고 제일 많이 뛰는 선수. 박재상은 그런 캐릭터였다.”

박재상 곁을 쫓아다니며 영화의 윤활유 역할을 하는 유재명과의 호흡도 찰떡 같았다. 비록 실제는 일곱 살 차이가 나지만 촬영장에서는 허물없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친구처럼 지냈고 그게 스크린에 고스란히 묻어났다. “백윤식 선생님은 말할 것도 없고 김성균, 문채원, 이원근 등 제 기준에는 모든 배역이 인상적으로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자신에게 향하는 찬사엔 겸손해했다. “장르 불문, 대체 불가한 배우라는 말씀을 들으면 물론 고맙고 좋지만 민망하다. 그런 칭찬에 도망가고 싶어진다. 혹시 기대에 못 미치면 어쩌지 하는 부담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매일 걱정을 안고 사는 게 어찌 보면 배우로서의 숙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어 “지금까지 저도 무난하게 걸어온 듯하다. 운도 좋았다. 작품을 선택할 때는 분명히 메시지가 있는 작품을 추구한다. 연기를 하면서도 내가 왜 배우가 됐을까. 앞으로 어떤 생각을 하고, 또 해야 할까를 고민한다. 나도 즐겁고 관객에게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2000년 임권택 감독의 ‘춘향뎐’으로 데뷔한 후 벌써 18년. 조승우는 그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어 보였다. 그는 “무대 배우가 꿈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영화로 데뷔했으나 아직도 영화를 모르고, TV 드라마는 더 모른다. 하지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연기하는 점에선 다 같다. 데뷔 20년이 돼 가지만 아직도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어렵고 불편하다”며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편해지는 순간은 없을 것 같다”며 웃었다.

김인구 기자 clark@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