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파악 제대로 됐나?”… ‘선별지급’ 민원 쏟아져

신청 제출서류만 60여 가지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감 커져

수급자 보호자 소득변동 많아
조사기간이 오래 걸려 큰불만

시민단체 “사회 통합 저해…
보편적 수당으로 전환해야”

아동수당은 최초 설계 당시에는 보편적 지급으로 추진됐다가 국회 입법 과정에서 논란을 거듭한 끝에 선별적 지급으로 수정됐다. 이에 따른 현장에서의 애로사항도 여기저기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소득 하위 90%라는 지급 기준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에서 각종 민원이나 불편 등이 쏟아지고 있어 앞으로도 논란은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일 현 아동수당 제도의 최대 문제점으로 행정비용의 비효율성을 지적하고 있다. 소득 상위 10%를 선별하는 작업을 위해 행정비용이 올해 1626억 원이 소요되는데 선별작업 없이 100% 지급하는데 추가로 1588억 원이 들어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사회복지팀 등에 따르면 아동수당은 신청과 조사단계, 지급 여부 결정 및 선별단계 등에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신청, 조사단계에선 소득 관련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하는데 제출서류 자체가 60여 가지에 달하면서 국민 불편이 증가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감도 적지 않다. 이미 육아 커뮤니티 등에는 “금융정보제공 동의 저만 꺼림칙한가요?” “보완서류 필요하다고 연락 왔는데, 이럴 거면 온라인 신청은 왜 받는지” “신분증만 가지고 갔더니 남편 서명을 받아오라고 돌려보냈어요” 등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지급 여부 결정과 선별단계에 대한 불만도 크다. 아동수당 수급자의 보호자들이 대부분 젊고 소득변동이 많은 탓에 조사 기간이 오래 소요된다. 현재 31만6000명이 금융정보 회신 대기와 지자체 인력 부족으로 지급 여부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 신청부터 결정까지 오랫동안 대기하는 만큼 수급에서 탈락한 경우 불만은 더 클 수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더 많은 세금을 내고 있음에도 아동수당을 못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내용의 민원이 68건, 1만1000명에 달한다. 정선미 서울 강남구 아동수당 통합조사팀 주무관은 “부적합 대상 중에는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소득 파악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겠다는 분들도 있다”고 말했다.

행정비용 낭비도 문제다. 상위 10% 선별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사회적 비용은 크게 조사 담당자 인건비, 금융 조사 통보 비용, 국민 불편 비용 등이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아동수당 시행 첫해인 2018년에는 최대 1626억 원의 사회적 비용 발생이 예상되며, 제도 안정기인 2019년 이후부터는 연간 최대 1002억 원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시민사회단체는 이 같은 이유를 들어 선별적 아동수당에 대한 반대성명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이미 각계에서 지적한 선별주의 제도의 문제점들이 아동수당 시행 과정에서 각종 부작용으로 드러나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들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하루빨리 아동수당법을 개정해 보편적 아동수당 지급을 추진할 것을 국회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회복지 관련 학회도 공동성명을 통해 “과도한 개인정보 노출, 소득재산 증빙 과정에서의 국민 불편 가중, 가구 간 형평성 문제, 자산 산정의 불합리성 등 선별적 제도가 유발하는 각종 크고 작은 문제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학회는 “무엇보다도 수혜자와 비수혜자 간의 갈등을 유발해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등 제도의 본래 취지에 반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며 “선별적 아동수당을 모든 아동에게 지급하는 보편적 수당으로 전환할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