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벨 업 사회공연>빵 나눠주기 대신 ‘빵 만드는 법’ 알려준다… 기업공헌의 진화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 8월 4일 대전 충남대에서 ‘2018 삼성드림클래스 여름캠프’에 참가한 중학생들이 음악회를 관람하며 즐거워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클릭하시면 더 큰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카이스트 사회적 기업가 MBA 간담회에 참석해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SK그룹 제공

- ① 나눔도 ‘업그레이드’

LG, 사회 구석구석 찾아다니며
공동체 헌신한 80명에 ‘의인賞’

SK, 나눔 통한 구조적인 접근
사회적 기업가·혁신인재 양성

삼성전자, 교육기부 사업 강점
현대車, 소외계층 일자리 지원
롯데, 생활밀착형 ‘플레저박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보다 정교해지고 고도화되고 있다. 과거에는 일시적이고 시혜적인 접근이 주를 이뤘다고 하면 최근에는 나눔을 통한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 해결 관점에서 지속 가능하고 심층적인 사회공헌 활동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비유하자면 과거에 물고기 나눠주기에 급급했다면 현재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업들의 지속적인 사회공헌 활동은 우리 사회 저류에 흐르는 반(反)기업 정서 수정에도 일정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질적인 혜택을 입은 사람들이 늘면서 개별 기업, 더 나아가 기업 전반의 사회공헌 활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의견 역시 증가하고 있는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반기업 정서는 여전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선 후한 평점이 주어지고 있다. 문화일보는 주요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이전에 비해 어떻게 업그레이드됐으며 그 방향성과 성과를 짚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언론에서 잔잔한 감동을 주는 우리 사회 숨은 의인 관련 보도가 나오면 불과 며칠 사이에 어김없이 뜨는 관련 속보가 있다. LG그룹에서 모 씨에게 의인상을 수여한다는 내용이다. 이제는 사회면 미담 기사가 나오면 사람들 사이에선 “이 사람도 LG 의인상 받겠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LG 의인상에는 LG그룹이 지향하는 철학이 담겨있다. LG그룹은 지난 2015년 LG 의인상을 제정했다. 고 구본무 회장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한다”며 LG 의인상 제정 취지를 밝힌 바 있다.

LG그룹은 현재까지 총 80명에게 LG 의인상을 수여했다. 국가와 사회를 위해 헌신하는 해양경찰, 경찰, 군인, 소방관 등 ‘제복 의인’부터 위험을 무릅쓰고 이웃을 구한 굴착기 기사, 외국인 근로자 등 ‘우리 사회 평범한 이웃’까지 수여 범위는 매우 넓다.

LG 의인상은 LG그룹의 사회적 신뢰성을 더욱 높여주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웃을 위해 헌신한 이름없는 의인들을 발굴,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우리 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한껏 높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케팅 면에서도 LG 의인상은 LG그룹의 격(格)을 한 단계 높여주었다. 친근하고 바르고 한결같은 LG그룹 특유의 기업 이미지를 더욱 강화시켰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공헌 성공사례는 LG그룹뿐 아니다. 기업들은 자신의 색깔에 맞는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사회에 보탬이 되는 동시에 은근히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에 대한 고민에 순위를 매긴다면 SK그룹은 늘 선두 그룹에 들어있다.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일시적이고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나눔을 통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자는 원칙 아래 행해진다. 그래서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고 SK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은 긴 호흡을 갖고 장기적으로 진행되는 경향이 강하다.

특히 SK그룹은 교육 사업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SK그룹은 2012년 사회적 기업가 양성을 위해 세계 최초로 카이스트와 공동으로 ‘사회적 기업가 MBA’ 2년 전일제 과정을 개설했다. 졸업생의 86%가 실제 창업을 했고 일부는 투자 유치에 성공하기도 했다. 최태원 회장은 종종 교육현장을 찾아 선배 경영인으로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연세대와 손잡고 혁신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한국고등교육재단과 연세대가 함께 관련 교과목을 신설하고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잘 훈련된 기업가들을 많이 양성, 사회에 공헌한다는 취지에서다.

한국 최고의 기업 삼성전자는 사회공헌 활동에서도 질적으로나 양적으로 다른 기업들을 압도한다.

1995년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삼성전자 사회봉사단 조직을 만들고 2004년에는 ‘나눔경영’을 선포, 사회공헌 활동의 전문화, 체계화를 추진했다. 또 2010년에는 사회공헌의 범위와 대상을 전 세계로 넓혔고 2012년부터는 사회공헌 활동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임직원의 전문성과 사업 역량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의미있게 사용될 수 있도록 과제를 선정했다.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특히 삼성전자는 업의 특성을 반영한 교육 기부 활동에서 장점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한국 기업 최초로 청소년 대상 소프트웨어 교육 프로그램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시작했다. 2016년까지 학생 4만 명, 교사 1400명이 주니어 소프트웨어 아카데미를 경험했다.

청소년들의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인 ‘주니어 소프트웨어 창작대회’도 열었다. 지난해 개최된 제3회 대회에는 2231개팀 5223명이 참여했으며 총 23개팀이 수상했다. 지역 간 소프트웨어 격차 해소를 위한 ‘삼성 스마트 스쿨’ 프로그램 역시 이 범주에 들어간다. ‘삼성드림클래스’는 교육 여건이 열악한 중학생들에게 영어·수학 학습 기회를 제공하고 강사로 참여하는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2년부터 2017년까지 중학생 6만5000여 명, 대학생 1만800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로 높은 호응 속에서 진행됐다.

현대차 그룹의 사회공헌은 사회적 기업과 소외계층에 대한 일자리 지원에서 ‘격’을 높여 나가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사회적 기업에 최대 1억 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12개월간의 창업교육, 일대일 멘토링 등을 제공한다. 자동차 회사의 특성을 살려 고객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노후 차량의 내·외장을 복원하고 정비해주는 ‘H-리스토어’ 캠페인에 대한 호응도 높다. ‘H-리스토어’ 캠페인은 차주가 생업 종사,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차량에 난 흠집, 차량 노후화로 인한 파손 등을 관리할 여유가 없다는 점에서 착안한 재능기부형 사회공헌 활동이다.

롯데그룹의 대표 사회공헌 활동은 ‘플레저박스 캠페인’이다. 롯데그룹은 2013년부터 롯데 플레저박스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 캠페인은 연 4~6회 진행된다. 저소득층 여학생들에게는 생리대 1년치, 청결제, 핸드크림 등이 담긴 플레저박스를 제공하고, 미혼모들에겐 세제·로션 등 육아용품을, 시각장애인들에게는 점자도서 등을 담는 식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연말을 맞아 전방에서 국가 안보를 위해 힘쓰고 있는 국군장병을 위해 생활용품과 간식을 담은 플레저박스 3000개를 전달한 바 있다.

유회경 기자 yoolog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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