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볼만한 영화>명절엔 역시 한국영화 … 푸짐한 ‘4色 스크린’

- 안시성
연개소문 장대한 전투신 재현
제작비만 220억원 전쟁 대작

- 명당
왕위와 묏자리 둘러싼 암투
풍수지리 소재 흥미진진 사극

- 협상
인질극 둘러싼 팽팽한 긴장감
여경찰과 범인 치열한 두뇌전

- 물괴
조선시대 배경으로 한 괴수물
정치드라마·액션극 어우러져

추석 연휴에 맞춰 극장가에 푸짐한 상이 차려진다. 이번 추석시즌에도 다양한 작품이 관객을 찾아온다. 특히 올해는 완성도 높은 한국 영화 4편이 5일간의 추석 연휴와 이후 이어지는 개천절(10월 3일), 한글날(10월 9일) 휴일까지 치열한 흥행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추석 시즌에는 시대극이 강세를 보였다. 2012년 ‘광해:왕이 된 남자’가 1232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추석 시즌을 휩쓸었다. 2013년에도 ‘관상’이 90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으며 ‘사도’(2015·625만 명), ‘밀정’(2016·750만 명) 등도 추석에 개봉해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범죄액션영화 ‘범죄도시’가 664만 명의 관객을 모으며 깜짝 흥행을 거뒀다. 올 추석에는 어떤 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로 등극할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스펙터클과 흥미로운 소재로 무장한 정통 사극=고구려 때 당나라 대군 20만 명에 맞서 성주 양만춘과 5000명의 군사가 안시성에서 88일간 싸워 이긴 전투를 화려하게 펼친 ‘안시성’(감독 김광식·19일 개봉)은 볼거리가 풍부한 영화다. 총제작비 220억 원을 쏟아부은 대작으로, 첨단 촬영장비와 6000명이 넘는 보조출연자를 동원해 장대한 전투 신을 완성했다.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간략히 언급된 안시성 전투에 상상력을 덧붙여 ‘반지의 제왕’ ‘300’ 등이 떠오르는 전쟁 블록버스터를 만들었다. 양만춘 역을 맡은 조인성은 개성 있는 연기로 캐릭터의 맛을 잘 살렸다. 연개소문의 쿠데타에 동의하지 않아 ‘반역자’로 불린 양만춘은 안시성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 혼신을 다한다. 소탈한 성격을 지닌 그는 용맹하게 전투에 임하며 부하의 죽음에 슬퍼할 줄 아는 감정도 갖췄다. 연개소문의 지령을 받고 양만춘을 죽이러 왔다가 오히려 그에게 감명받는 안시성 출신 사물 역의 남주혁을 비롯해 부관 배성우, 기마 대장 엄태구, 양만춘의 동생 김설현, 도끼부대 맏형 오대환, 그와 짝을 이루는 환도수장 박병은 등 조연들의 연기 맛이 극을 풍성하게 살려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안시성’과 같은 날 개봉해 맞붙는 ‘명당’(감독 박희곤)은 조선말을 배경으로, 왕위를 노리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명당 묏자리 쟁탈전을 치열하게 그렸다. 풍수지리를 소재로 역사적 사실과 허구를 섞어 흥미진진하게 엮어냈다. 조선말 천재지관 박재상(조승우)은 왕보다 높은 권세를 누리던 장동 김씨 일가 김좌근(백윤식)에게 밉보여 처자식을 잃는다. 13년이 흐르고 저잣거리에서 명당을 점찍어주며 돈을 벌던 재상에게 왕족이면서도 ‘상갓집 개’ 취급을 받는 흥선(지성)이 찾아온다. 흥선은 김씨 일가를 무너뜨리기 위해 재상에게 김좌근의 아버지가 어디에 묻혔는지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복수의 칼을 갈던 박재상은 흥선과 손을 잡고, 김좌근과 그의 아들 김병기(김성균)는 이들에게 반격을 가한다. 두 명의 왕을 배출할 천하명당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마자 저마다 감춘 발톱을 드러낸다. 전반부는 선악 구도로 펼쳐지다가 후반부 들어 아군이 적이 되는 등 경계가 흐려진다. 조승우와 지성이 감정의 진폭을 폭넓게 그려내며 연기대결을 펼치고, 백윤식은 극의 무게중심을 잡아준다. 12세 이상 관람가.

◇팽팽한 긴장감을 전하는 범죄물과 사극판 괴수물=손예진과 현빈을 투톱으로 내세운 ‘협상’(감독 이종석)도 19일 개봉해 ‘안시성’ ‘명당’과 3파전을 벌인다. 서울 주택가에서 벌어진 인질극 장면으로 시작한 영화는 물고 물리는 이야기로 판을 키우며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한다. 동남아인 인질범 2명이 남녀 인질 한 명씩을 위협하며 도주용 차량과 헬기를 요구한다. 현장에 투입된 서울지방경찰청 위기대응팀 소속 협상가 하채윤(손예진)은 협상을 주장하지만 지휘부는 진압을 결정한다. 결과는 범인과 인질 전원 사망. 충격적인 결과에 하채윤은 정 팀장(이문식)에게 사직서를 제출하지만 정 팀장은 사표를 반려하고 해외출장을 떠난다. 열흘 뒤 무기 밀매상 민태구(현빈)는 태국 방콕에서 한인 상대 범죄를 취재하던 한국인 기자와 정 팀장을 납치했다며 영상전화를 걸어온다. 민태구가 대화 상대로 하채윤을 지목하면서 두 사람의 협상이 시작된다. ‘이원동시촬영’ 기법으로 펼쳐지는 영화에서 현빈과 손예진의 찰떡 호흡이 극의 재미를 이어간다. 현빈은 악역을 입체적으로 그려냈으며 손예진은 섬세한 연기로 관객의 감정선을 건드린다. 두 배우는 대면하지 않으면서도 114분의 러닝타임을 힘있게 이끌어간다. 15세 이상 관람가.

세 편의 경쟁작에 앞서 12일 개봉하며 포문을 연 ‘물괴’(감독 허종호)는 괴수 어드벤처물로, 정치 드라마와 액션, 유머를 결합해 오락성을 강화했다. 중종 22년. 도성 곳곳에서 사지가 절단되고, 역병에 걸린 사체가 잇따라 발견된다. 백성들 사이에서 기이한 괴물 ‘물괴’가 나타났다는 소문이 돌고, 피폐한 삶을 사는 백성들은 공포에 떤다. 반정으로 왕위에 오른 중종(박희순)은 물괴의 출현을 반정 주도 세력인 영의정 심운(이경영)이 자신의 자리를 흔들기 위해 퍼뜨린 계략으로 의심하고, 초야에 묻혀 지내던 옛 내금위장 윤겸(김명민)을 불러 물괴를 추적하도록 한다. 윤겸은 오른팔 성한(김인권), 외동딸 명(이혜리), 왕이 보낸 허 선전관(최우식) 등과 함께 물괴를 잡기 위해 나선다. 제작진은 조선왕조실록에 ‘생기기는 삽살개 같고, 크기는 망아지 같은 것’ ‘머리가 둘에 눈이 넷인 암퇘지’ 등으로 묘사된 괴수를 해태 형상으로 만들어냈다. 125억 원의 총제작비를 투입해 이물감 없이 자연스러운 괴수를 완성해냈다. 극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둡지만 김명민-김인권 콤비가 적절한 웃음을 선사하며 분위기를 밝게 띄운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