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남북정상회담>김정은의 ‘최초’릴레이, ‘진정성’ 여부에 촉각

부부동반 영접·카퍼레이드·南대통령 공개연설·백두산 동반등정…

서울답방 여부가 가늠자 될듯
표면적으론 ‘文 예우’로 풀이
“비핵화협상 北우군 늘리려는
전술적 태도변화인듯” 분석도

이번 2018 평양 남북정상회담 진행 과정에서는 유독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집권 후 최초’ ‘역대 북한 최고지도자 중 최초’ 등 최초의 사례가 연이어 벌어지는 등 김 위원장의 파격 행보가 돋보였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행보가 남측과 국제사회를 향해 비핵화에 대한 전향적 입장을 나타내는 유화적 제스처인지,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차지하기 위한 전술적 태도 변화인지 주목된다. 연내로 전망되는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성사 여부가 김 위원장의 속내를 파악하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의 ‘사상 최초’ 행보는 이번 정상회담 성사 및 공식 개시 당시부터 시작됐다. 평양에서 김 위원장이 다른 나라 정상과 회담을 하는 일 자체가 집권 후 처음이었다. 또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오전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하자 김 위원장은 집권 후 처음 부인 리설주 여사와 함께 ‘공항 영접’에 나섰다. 청와대 측은 이에 대해 “외국 정상회담 사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환대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이 순안공항에서 마련한 공식 환영행사 등에서도 ‘최초’ 기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함께 조선인민군 의장대를 사열할 때 북측이 예포 21발을 울린 것은 남북 역사상 처음이었다. 또 공항에서 문 대통령의 숙소인 백화원 초대소(영빈관)로 이동하는 도중 두 정상은 남북 정상 최초로 무개차(오픈카)를 타고 평양 시내 거리에서 카퍼레이드를 했다. 또 김 위원장이 문 대통령을 영빈관 안까지 안내하는 모습이 남북 정상 역대 최초로 생중계되기도 했다. 또 문 대통령은 19일 오후 김 위원장이 마련한 대집단체조 공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후 역대 남측 정상 최초로 북측 시민들을 상대로 대중연설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파격 행보의 배경은 구체적으로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중재를 맡는 등 북측 정권에 중요한 역할을 해주고 있는 문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 풀이된다. 그러나 장기간의 대북제재 속에 경제 침체 등 위기를 맞은 김 위원장이 비핵화 협상에서 유리한 우군을 늘리기 위한 전술적 태도 변화를 취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성사 여부에 따라 이 같은 배경에 대한 평가가 구체화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김 위원장의 서울 답방 약속은 노동당 통일전선부 같은 대남기구 등 핵심 참모진이 반대했던 일이지만 김 위원장이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19일 밝혔다. 따라서 김 위원장이 내부 강경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 답방을 강행하면 그만큼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 협상, 문 대통령과의 신뢰관계 구축에 강한 진정성을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박준희 기자 vinkey@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