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법원행정처 폐지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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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1년 맞아 내부망통해 밝혀
“사법행정회의 신설 권한 이양
2023년까지 상근 법관 폐지”

김명수(사진) 대법원장이 20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대신 외부인사들이 참여하는 사법행정회의를 설치해 사법행정권한을 맡기겠다고 밝혔다. 대법원장이 이 같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는 처음이다. 법원행정처가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데 따른 조치로 해석된다.

김 대법원장은 취임 1년(25일)을 맞아 법원 내부통신망 코트넷을 통해 “여러 문제의 출발점으로 지목된 법원행정처를 폐지하고, 관련 법령이 정비되는 대로 가칭 ‘사법행정회의’에 사법행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이어 “법원행정처는 오로지 집행업무만 담당하는 ‘법원사무처’와 ‘대법원 사무국’으로 분리·재편하겠다”며 “여건이 마련되는 즉시 대법원과 법원사무처를 공간적으로도 분리하겠다”고 약속했다. 법원사무처는 경기 과천이나 세종에 설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법원장은 법원사무처에는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이 불거진 원인 중 하나로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제를 지적하는 의견이 있는 점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김 대법원장은 “최근의 현안에서 문제가 된 일들은 상근법관직을 두지 않았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대법원은 2019년 정기인사를 통해 법원행정처 상근법관을 현재의 3분의 2로 줄이고, 김 대법원장의 임기인 2023년까지 상근법관제를 완전히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김 대법원장은 또 “사법부 외부의 각종 기관에 법관을 파견하는 일을 최소화하고, 법관 전보인사에 있어 인사권자의 재량 여지를 사실상 없애겠다”며 “이를 투명하게 확인할 방법을 마련해 법관이 오로지 재판에만 집중하고 이를 가장 큰 영광으로 여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도 약속했다. 또 김 대법원장은 “헌법이 정한 대법원장, 대법관, 판사의 구분 이외에 법관들 간의 계층구조가 형성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법관인사제도의 이원화를 완성하는 한편, 당장 내년부터 사실상 차관 대우의 직급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는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제도를 폐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에 대한 국민의 접근과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과 법관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한 구조적인 방안도 언급했다. 김 대법원장은 “사법행정회의에 적정한 수의 외부 인사가 참여하도록 하고, 주요 사법정책 결정 과정에 국민의 시각을 반영할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겠다”며 “새로운 길은 두렵기 마련이고 그 두려움은 때때로 우리를 불안하게 하거나 초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정의롭고 독립된 법원’이라는 우리의 가치는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대법원은 김 대법원장 지시에 따라 조만간 법원개혁기구를 출범시킬 방침이다. 해당 기구에서 법원행정처 폐지 시기 및 법원사무처 이전 장소 등이 논의된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