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택 ‘6년刑’·안희정 ‘無罪’… 같은듯 다른 ‘미투’ 판결 왜?

李, 유사강간 등 혐의 중해
安, 업무상 위력 다툼 소지

김해 극단대표 징역 5년

올해 초 확산된 ‘미투(Me Too) 운동’ 과정에서 재판에 넘겨진 유명인 가운데 처음으로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게 징역 6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20일 창원지법에서 열린 또 다른 연극계 미투 재판에서도 경남 김해시의 한 극단 A(50) 대표에게 징역 5년이 선고됐다. 무죄판결을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대조적이다. 두 사건 모두 미투 운동 촉발 이후 피해 사실이 알려졌고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수직적이었지만 혐의는 물론 사실관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등이 유·무죄를 갈랐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전 감독에게 중형이 선고된 이유는 그가 받은 혐의의 법정형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이 전 감독은 유사강간(2년 이상 유기징역)·강제추행(10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 혐의로 기소됐다. 혐의 자체가 중하다 보니 5년 이상 형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안 전 지사가 받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의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뿐이다. 추행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 벌금을 받는다. 실형 선고 사례 역시 드물다. 개별적 사실관계에 대한 재판부의 판단 역시 크게 엇갈렸다. 재판부는 “이 전 감독이 피해자들에게 신체 접촉을 한 부위와 정도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고 봤다. ‘연기 지도를 위한 정당한 행위로 신체를 만졌다’는 이 전 감독 측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이날 창원지법 제4형사부(부장 장용범)는 미성년 단원을 성폭행하거나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A 대표에게 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을 적용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극단 대표이자 연출가로 권세를 이용해 미성년 단원 B 씨의 자유의사에 반해 2010년부터 장기간 추행하고 간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반면, 안 전 지사 재판부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가 사건 당시 보인 여러 언행은 성폭행 피해자의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씨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다음 날 아침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식당을 예약하려 하거나 김 씨가 지인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안 전 지사에 대한 호감을 지속적으로 표시한 것 등은 일반적 성범죄 사건에선 일어나기 힘든 일이라고 봤다.

김수민 기자 human8@, 창원 = 박영수 기자 buntle@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