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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주철환의 음악동네 게재 일자 : 2018년 09월 20일(木)
어디에도 없는 ‘독보적 쇼맨’… 엄마의 밥 같은 노래로 情 일깨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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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훈아 ‘머나먼 고향’

‘히든싱어’에서는 가수와 모창능력자들이 진검 승부를 펼친다. 시청률을 단숨에 끌어올릴 히든카드를 알면서도 제작진이 시행 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다. 가수는 준비돼 있는데 모창자를 찾기 어렵거나 싱크로율 90% 이상의 모창자들이 즐비한데 가수가 출연을 거부하는 경우다. 후자의 대표가수가 나훈아(사진)다. 추석특집에 어울리는 가수로 부동의 일 순위다.

가수의 이미지와 스타일은 대중이 좋아할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다. 분명한 건 고유의 스타일을 창조하거나 개척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음악동네에서는 귀한 사람의 반대가 천한 사람이 아니라 흔한 사람이다. 나훈아는 호불호를 떠나 독보적인 스타일을 구축한 스타다.모창가수특집에 ‘유사’ 나훈아가 빠진 사례를 본 적이 있는가. 일본공연까지 다녀온 모창가수 너훈아는 “형님(나훈아) 덕분에 밥 먹고 산다”며 감사를 표한 적이 있다. 상생, 공생의 미풍양속이 따로 없다.

‘7080노래방’은 구성이 4단계다. 세시봉 노래들을 합창하다가 조용히 발라드를 읊조리면 박수로 화답한다. ‘샤우팅’ 창법으로 노래방마이크를 휘어잡다가 누군가 트로트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이른바 ‘기승전트로트’다. 어쩌면 노래 부르는 것과 옷 입는 건 비슷한 구석이 있다. 몸에 꽉 끼고 화려한 옷을 좋아하던 사람들도 풍상을 몇 번 겪은 후엔 편하고 수수한 옷으로 갈아입는다.

언제부턴지 트로트가 좋아졌다는 친구들이 있는데 실은 나이 들면서 고향이 살가워지는 현상이다. ‘머나먼 남쪽 하늘 아래 그리운 고향/사랑하는 부모형제 이 몸을 기다려/천리타향 낯선 거리 헤매는 발길/한잔 술에 설움을 타서 마셔도/마음은 고향 하늘을 달려갑니다’(나훈아 ‘머나먼 고향’ 중). 포크와 록, 발라드, 혹은 힙합 가사에 고향 하늘이 보이던가. 하지만 트로트에는 유독 고향 소재가 빈번하다. 결국 자연으로 돌아갈 나이가 되면 아련한 연인보다는 아늑한(아득한)고향이 더 그리워지는 것 아닐까.

무엇보다 고향에는 그분, 어머니가 있다. ‘코스모스 반겨주는 정든 고향역/다정히 손잡고 고개 마루 넘어서 갈 때/흰머리 날리면서 달려온 어머님을/얼싸안고 바라보았네/멀어진 나의 고향역’(‘고향역’ 중). 연인은 바뀌어도 어머니는 단 한 분이다. ‘생각이 난다/홍시가 열리면/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자장가 대신 젖가슴을 내주던/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홍시’ 중). 타향은 수백일지언정 고향은 한 곳이다. 나훈아는 유별나게 고향을 부르는(불러내는) 가수다. 그는 잊고 지내던 모정의 온도를 일깨워준다. 한마디로 고향의 어머니가 차려준 밥 같은 가수다.

지난 12일부터 16일까지 공연된 오페라 ‘모차르트와 살리에리’의 두 주인공을 우리는 음악사의 라이벌로 기억한다. 영화 ‘아마데우스’의 영향이 클 것이다. 우리 대중음악사에서 최대 라이벌은 명실 공히 1960년대를 장악한 초특급스타 남진과 나훈아다. 평론가가 좋아하는 가수, 기자가 좋아하는 가수보다 청중이 좋아하는 가수가 진짜 대중가수다. 10대가수를 연단위로 뽑을 게 아니라 10년 단위, 30년 단위, 아니 50년 단위로 뽑는다면 이 두 사람은 아마도 거기에 두루 포함될 것 같다.

▲  주철환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당시 이미지로 남진은 귀족적이었고 나훈아는 서민적이었다. 스타의 사생활은 항상 주목의 대상이었다. 적잖은 구설, 루머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그 둘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실력을 보여주면 구설은 잠잠해진다. 여전히 가창력이 뛰어나고 무대매너는 역대급이다. 전설이라는 말에 손색이 없다.

음악동네에서도 세상보다는 세월의 평가가 더 가치 있다. 눈앞의 것들이 다 지나가고 사라지는 듯 보이지만 중요한 것들은 죽지 않고 되살아난다. ‘전해다오 전해다오/고향 잃은 서러움을/녹슬은 기찻길아/어버이 정 그리워 우는 이 마음’(‘녹슬은 기찻길’ 중). 기찻길(철도)은 언제고 다시 깔 수 있어도 마음의 길(효도)에는 기한이 있다. 기다려줄 수 없어서다.

나훈아는 쇼맨십이 뛰어난 가수다. 트레이드마크는 고개를 비스듬히 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미소 짓는 특유의 표정이다. “남을 행복하게 해주는 게 진정한 예술이다.”

영화 ‘위대한 쇼맨’의 마지막 자막에 동의를 표한다면 그 역시 위대한 쇼맨임이 분명하다.

아주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노래채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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