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文대통령 ‘집단체조 연설’내용, 덕담이라도 부적절

북한은 통일을 향한 동반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도 적화통일을 노리는 적대 체제이다. 남북이 이런 양면성을 가진 특수 관계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명령과 압도적 다수 국민의 생각은 분명하다. 북한은 세계 최장·최악의 독재 체제이며, 통일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체제로의 통합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평양 5·1경기장에서 열린 집단체조 ‘빛나는 조국’을 관람한 뒤 평양시민 15만 명을 상대로 한 연설 내용 중에는 부적절한 부분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어려운 시절에도 민족의 자존심을 지키며 끝끝내 스스로 일어서고자 하는 불굴의 용기를 보았다”고 했다. 1990년대 후반 이른바 ‘고난의 행군’, 또는 핵 개발에 따른 국제 제재로 인한 경제난을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체제의 실패로 ‘헌법상 국민’이라고 볼 수 있는 수많은 북한 주민이 굶주림과 인권유린에 시달리는 실상을 안다면,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할 말은 아니다. “평양의 놀라운 발전상을 봤다. 어떤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지 가슴 뜨겁게 보았다”고도 했다. 평양과 비(非)평양을 철저히 분리해 체제 유지 수단으로 활용하는 것을 아는지 의아하다.

문 대통령은 “여러분의 지도자 김정은 위원장에게 아낌 없는 찬사와 박수를 보낸다”고 했다. 협상 상대를 치켜세우거나, 최고의 환대를 해준 데 대해 덕담(德談)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체제의 잔혹성을 안다면 비공개 장소에서도 ‘찬양’은 안 된다. 세계로 중계되는 초대형 행사에서는 더 그렇다.